"덮어놓고 '매수 의견' 그만"…증권사 CEO에 경고한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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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증권업계의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증권사 리서치부서의 독립성을 높이고 리서치 전문기업인 독립리서치 기업의 제도권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5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엔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증권사 27곳 CEO, 독립리서치업체 두 곳 CEO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함 부원장은 “증권사 리서치부서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예산 배분, 공시방식 개선, 독립 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간 증권사 리포트 투자의견이 매수로 편향된 것은 일종의 관행으로 통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분석 보고서 1만4149개 가운데 매도 의견(비중축소 포함) 보고서는 6건(0.04%)에 불과했다. 목표주가를 이전보다 확 낮추면서 매수 의견은 유지하는 이른바 ‘유체이탈형 리포트’도 많았다.
증권사들은 이같은 관행이 고착화 된데엔 시장 환경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국내 증시는 매수 포지션의 비중이 높아 같은 자원을 들인다면 매도보다는 매수에 초점을 맞춰 종목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리서치 보고서가 시장에 무료로 풀리다 보니 리서치센터가 사실상 ‘무수익 사업부’ 취급을 받는다는 것도 영향을 줬다. 증권사 리서치부문에는 분석 대상이지만, 투자은행(IB) 사업부문에는 잠재적 고객인 기업의 눈치를 봐야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매도 리포트를 쓰면 여러 측면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며 “개인 투자자들에겐 항의를 받고, 기업 투자설명(IR) 담당자와는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물론 회사 차원에서 기업 고객과 관계가 악화될 수 있어 매도 보고서 발행을 꺼리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증권사들은 금감원이 지난 3월부터 주요 증권사와 함께 운영 중인 ‘리서치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도 증권사들은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함 부원장은 “TF 논의에서 증권사들은 그간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 환경만 탓했다”며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함 부원장은 “좋은 관행이라면 법제적으로 뒷받침해야겠지만 자본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에 반하는 것이라면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며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해 증권업계의 일치된 문제인식과 자정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서치 보고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증권업계 공동의 적극적인 변화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방식을 개선하는 안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인사 평가 독립성 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의 성과를 리서치센터 밖에서 평가하거나, 과도하게 정성적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경우 등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엔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독립리서치 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IB 사업부문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매도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 사업자를 키운다는 취지다.
독립리서치 기업은 증권사 내부에 있는 리서치센터와 달리 독립적으로 리서치 제공업만 전문으로 하는 게 특징이다. 현 규정상으로는 금융투자업이 아니라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한다. 애널리스트·프라이빗뱅커(PB)·펀드매니저 등 업계 전문성을 쌓은 이들이 법인을 세워도 ‘주식 리딩방’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각종 불공정 거래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내부 관리도 취약하다. 이날 애널리스트 등의 사익추구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적도 나왔다. 함 부원장은 “애널리스트가 조사 분석자료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리서치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증권사 직원의 주가조작 개입 혐의,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의 사익 추구 등 불법행위 등이 더해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최근 금감원이 선행매매를 통해 부당이득을 본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검찰에 넘긴 일을 두고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A씨는 매수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공표하기 전 미리 주식을 매수하고, 리포트 공개 후 매도하는 식으로 약 5억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함 부원장은 “잘못된 관행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인센티브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논의는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매도 의견 리포트를 유의미하게 늘릴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심해지면 자칫 리서치 보고서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보니 특별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5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엔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증권사 27곳 CEO, 독립리서치업체 두 곳 CEO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함 부원장은 “증권사 리서치부서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예산 배분, 공시방식 개선, 독립 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간 증권사 리포트 투자의견이 매수로 편향된 것은 일종의 관행으로 통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분석 보고서 1만4149개 가운데 매도 의견(비중축소 포함) 보고서는 6건(0.04%)에 불과했다. 목표주가를 이전보다 확 낮추면서 매수 의견은 유지하는 이른바 ‘유체이탈형 리포트’도 많았다.
증권사들은 이같은 관행이 고착화 된데엔 시장 환경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국내 증시는 매수 포지션의 비중이 높아 같은 자원을 들인다면 매도보다는 매수에 초점을 맞춰 종목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리서치 보고서가 시장에 무료로 풀리다 보니 리서치센터가 사실상 ‘무수익 사업부’ 취급을 받는다는 것도 영향을 줬다. 증권사 리서치부문에는 분석 대상이지만, 투자은행(IB) 사업부문에는 잠재적 고객인 기업의 눈치를 봐야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매도 리포트를 쓰면 여러 측면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며 “개인 투자자들에겐 항의를 받고, 기업 투자설명(IR) 담당자와는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물론 회사 차원에서 기업 고객과 관계가 악화될 수 있어 매도 보고서 발행을 꺼리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증권사들은 금감원이 지난 3월부터 주요 증권사와 함께 운영 중인 ‘리서치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도 증권사들은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함 부원장은 “TF 논의에서 증권사들은 그간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 환경만 탓했다”며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함 부원장은 “좋은 관행이라면 법제적으로 뒷받침해야겠지만 자본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에 반하는 것이라면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며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해 증권업계의 일치된 문제인식과 자정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서치 보고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증권업계 공동의 적극적인 변화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방식을 개선하는 안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인사 평가 독립성 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의 성과를 리서치센터 밖에서 평가하거나, 과도하게 정성적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경우 등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엔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독립리서치 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IB 사업부문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매도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 사업자를 키운다는 취지다.
독립리서치 기업은 증권사 내부에 있는 리서치센터와 달리 독립적으로 리서치 제공업만 전문으로 하는 게 특징이다. 현 규정상으로는 금융투자업이 아니라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한다. 애널리스트·프라이빗뱅커(PB)·펀드매니저 등 업계 전문성을 쌓은 이들이 법인을 세워도 ‘주식 리딩방’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각종 불공정 거래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내부 관리도 취약하다. 이날 애널리스트 등의 사익추구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적도 나왔다. 함 부원장은 “애널리스트가 조사 분석자료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리서치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증권사 직원의 주가조작 개입 혐의,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의 사익 추구 등 불법행위 등이 더해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최근 금감원이 선행매매를 통해 부당이득을 본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검찰에 넘긴 일을 두고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A씨는 매수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공표하기 전 미리 주식을 매수하고, 리포트 공개 후 매도하는 식으로 약 5억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함 부원장은 “잘못된 관행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인센티브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논의는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매도 의견 리포트를 유의미하게 늘릴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심해지면 자칫 리서치 보고서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보니 특별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