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조원 대어' 의약품 도매사 지오영 매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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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 4년 만에 자금 회수▶마켓인사이트 7월 5일 오후 3시 25분
年매출 국내 제약·바이오 1위
코로나 초기 마스크 공급 독점
잇단 동종업체 인수로 덩치 키워
국내외 PEF 인수 후보로 거론
국내 1위 의약품 도매업체인 지오영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인수한 지 4년여 만이다. ‘몸값’은 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지오영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해 주요 자문사에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다. 지오영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조선혜지와이홀딩스(99.17%)다. 블랙스톤이 지주사의 약 71% 지분을, 지오영 공동창업자인 조선혜 회장과 이희구 명예회장이 각각 22%, 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오영은 대웅제약 영업본부장 출신인 이희구 회장과 인천병원 약제과장 출신인 조선혜 회장이 2002년 세운 회사다. PEF와 함께 급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첫 도약은 2009년 골드만삭스 계열 PEF 운용사 골드만삭스PIA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에 1000여 개 중소업체가 지역별로 난립하던 때였다. 지오영은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의약품 도매업체로는 최초로 광역 물류시설을 구축하고 지역 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전국적인 영업망과 유통망을 갖췄다. SK네트웍스의 자회사 케어베스트를 비롯해 성창약품, 동부약품, 남산약품, 연합약품 등을 M&A를 통해 흡수했다. 이후 골드만PIA에서 지오영 투자를 담당한 안상균 대표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창업해 2013년 독립하면서 해당 지분을 재인수했다.
블랙스톤은 2019년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지오영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기업가치를 1조1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블랙스톤도 조 회장과 공동경영을 하면서 볼트온(유사기업) M&A 전략으로 한 단계 레벨업시켰다. 2020년 암 진단과 파킨슨병 진단,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 등 방사성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듀켐바이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올해 2월엔 동종업계 2위 업체인 백제약품 지분 25%를 깜짝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 종합 헬스케어서비스 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급성장세를 탔다. 코로나19 초기 공적 마스크 공급 부족으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지오영은 전국 2만여 개 약국의 70%인 1만4000여 곳과 50여 개 대형 병원 등의 유통망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공급 독점 권한을 확보했다.
블랙스톤의 인수 시점인 2019년 매출 2조9543억원, 영업이익 514억원을 기록한 지오영은 2020년엔 매출 3조7409억원, 영업이익 721억원을 거뒀다. 지난해엔 매출 4조2295억원, 영업이익 761억원을 기록했다. 연매출 기준으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1위에 올라 있다.블랙스톤은 전체 기업가치 기준 1조8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에서 매각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전에는 주요 의약품 공급업체와 국내외 대형 PEF들이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대 주주지만 블랙스톤으로부터 경영권을 보장받아 경영을 총괄해온 조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함께 매각할지도 관심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