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장 선임이 중요한 이유

조성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지난 5월 코로나19가 종료되고 일상으로의 완전 회복을 알리는 ‘엔데믹’이 선언됐다. 불경기의 고통이 누구보다 심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그리고 소상공인들에게 ‘불경기 종료’와 ‘경제 부활’ 선언은 과연 언제쯤 가능해질 것인가.

기대가 한껏 커지고 있는 시점에 마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장 및 혁신 관련 업무를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수장 자리다.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중소벤처기업 정책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다.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은 먼저 전문성과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만든다”는 국정 목표를 정확히 실천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는 전문성이 없으면 실현될 수 없다. 국민 경제의 뿌리인 중소벤처기업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결실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둘째, 자산 운용 능력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올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운용기금 규모는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국가 예산(638조원) 대비 1.61%다. 내년에는 12조3000억원으로 20% 더 늘어난다.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 즉 성장 산업, 잠재력 높은 산업, 대체불가 산업 등에 마중물로 쓰여야 할 것이고 이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과 선별력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이 운용기금 대부분이 국민 세금으로 조달되기 때문이다.

셋째, 운용기금 적용 기법의 다양성과 운용기금 기반 확대 방안을 위한 능력도 필요하다. 운용기금 기반 확대는 당연히 기존 수익률 개선도 포함된다. 그동안 중진공 운용기금 적용 기법의 주류는 직접대출 또는 전환사채(CB) 투자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발상을 전환해 운용기금 기반을 국가 예산이 아니라 스스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한 예로 합성담보부증권(CDS) 도입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넷째, 기관 내부 구성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비전도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들이 앞으로 펼쳐질 경제 흐름을 정확히 읽을 수 있도록 구성원이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법적 이슈에 대한 조언이나 안내가 가능한 전문가 육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자리에 ‘엽관주의식 나눠 먹기’라는 정치적 논리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중소기업인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주고 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창한 ‘수출 대한민국’(중소기업은 대한민국 직·간접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과 ‘스타트업 코리아’(기술 창업을 통한 성장 동력 마련)의 달성은 중요한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 배치될 때만 실천 가능하다. 정치권 개입과 낙하산 논란이 ‘중소벤처기업진흥’을 미션으로 하는 기관의 장은 비켜 가야만 한다. 이는 현 정부의 경제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푯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