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부산 핀테크'…금융생태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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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핀테크센터 성과디지털 전환(DX) 기술을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는 핀테크 산업이 부산에서 꽃피고 있다. 부산 남구 문현동 글로벌핀테크산업진흥센터(부산 핀테크 허브)를 중심으로 부산에 둥지를 트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 허브가 기업의 ‘매출 증대’를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입주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이 나자 서울에 있는 스타트업들도 잇달아 ‘부산행’을 택하고 있다.
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입주기업
자산·매출액 가파른 성장세
디지털전환 시대 기술혁신 주도
부산 핀테크 허브가 운영을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부산시,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부산은행,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부산지역 주요 공공기관과 금융 공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허브에 입주하는 스타트업들은 ‘핀테크’라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부산 소재 기업이 아니더라도 심사를 통해 입주할 수 있고, 해마다 평가를 통해 최장 3년 동안 머문 뒤 졸업 대상이 된다. 허브는 5일 29개 입주기업의 ‘졸업식’을 열어 이들의 성장을 축하했다.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직접 졸업 증서를 전달하며 응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사이에서 이 허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두드러지게 빠르기 때문이다. 2019년 개소 당시 입주기업 자산 규모는 98억원 수준이었는데 작년엔 1458억원으로 15배로 증가했다. 누적 매출도 이 기간 127억원에서 1066억원으로 8배 넘게 불어났다.
4년 반 동안 이 허브를 거쳐간 기업은 모두 84곳이다. 특히 매출이 1억원도 되지 않던 기업 39개사 중 12개사(30.7%)가 허브에 들어온 뒤 10억원 이상으로 실적이 좋아졌다. 4개사는 4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한 체인어스는 2019년 매출이 4200만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엔 70억원을 기록해 주목받았다.특히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는 인터버드다. 전 세계의 반도체 관련 정보를 끌어모아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반도체 상품 5000만 건 이상(누적 기준)이 플랫폼에 올라왔다. 김수환 부산 핀테크 허브 사무국장은 “인터버드는 허브 입주 후 매출이 182억원 넘게 늘어난 회사”라고 소개했다.
핀테크 허브 내 데이터 랩(부산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 랩)은 허브의 자랑거리다. 타깃 고객군 설정, 요금제 서비스 개선 방안, 진출 국가 선택 등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가 모여 있다. 마케팅 채널을 어디에 둬야 할지, 수도권에서도 어느 지역을 중점적으로 공략할지 등에 관한 구체적 해답을 얻는 곳이다. 내·외국인 카드 결제, 지역화폐, 방문자 위치 정보, 국가건강검진, 상장지수펀드(ETF), 기업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기업들도 이곳을 찾고 있다. 29개 입주기업 가운데 서울권 기업이 14곳에 달한다. 특히 7곳은 최근 1년 사이에 새로 입주했다. 김 국장은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여기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기존 입주기업들이 새로운 기업을 추천하는 식으로 꼬리를 물고 새로운 업체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핀테크 허브는 5일 한현철 카닥 대표에 이어 6일 이수진 야놀자 총괄 대표를 초청해 지역 스타트업과의 토크 콘서트를 연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