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붓질에 헤엄치는 물고기…화폭에 생명력 담는 임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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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의 탐나는 요즘 화가임채광 작가(사진)는 요즘 주목 받는 신진 작가다. 최근 그의 작품은 주요 아트페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는 이달 인사아트위크(12~22일), 어반브레이크(13~16일)에 참여하고 다음달에는 뱅크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9월 호남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광주', 11월 인천아시아아트쇼, 12월 서울아트쇼 등에도 줄줄이 나간다. 아트페어를 좀 다녀본 사람은 그의 작품이 낯설지 않다.
임 작가는 흰색 장지(종이의 일종)에 시원한 푸른 획을 그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푸른 획 속에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다. 진한 파란색 붓질은 생명의 원천인 물을, 펄떡이는 물고기는 강한 힘과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임 작가는 "한 번의 제대로 된 붓질 자국을 얻기까지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치고 고민도 많이 한다"며 "붓을 들기 전 빈 화폭을 보면서 어떻게 그릴지 구상하는 시간도 길다"고 말했다.임 작가는 이런 작품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같은 힘과 속도로 붓을 움직여도 완전히 같은 모양의 붓질 자국은 다시 나올 수 없다"며 "붓의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생긴 물감 자국에는 '이 순간 내 존재의 고유함을 담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을 처음 구상했을 당시 수많은 사람이 빠르게 오가는 모습을 보고 '저마다 사연이 있는 물고기가 떼를 이뤄 헤엄치는 모습 같다'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이 각자 품고 있을 법한 다양한 스토리를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임 작가는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도 부지런히 구상한다. 그는 푸른 획과 물고기를 그린 기존 작품에 분홍색 진주, 메모장, 꽃 등 소품을 드로잉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소품은 짙은 푸른색으로 가득찬 화폭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포인트가 된다. 또 장지가 아닌 천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두껍게 올려 물고기를 그린 작품도 있다. 투박한 마티에르(입체감)를 통해 물고기의 생명력을 고조시킨 작품이다.올 초에는 그가 전업작가 생활 내내 '동반자'처럼 여겨왔던 울트라마린블루(짙은 파란색)가 아닌, 초록색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발표했다. 화폭에 초록색 물감을 한 컵 퍼붓고 그 자국 위에 나무를 빽빽하게 그린 작품이다.
임 작가는 "짙은 파란색이 생명력으로 가득찬 느낌을 준다면 녹색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느낌을 준다"며 "누구나 갖고 있는 자기만의 세계, 즉 각자의 '섬'에서 평화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