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는 왜 어려운가…신간 '고기는 절반만 먹겠습니다'

식용 동물 대다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도살되는 공장식 축산의 실태나 과도한 육식이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에 눈뜬 브라이언 케이트먼은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싸고 맛있는 고기의 유혹 때문에 철저한 채식은 어려웠다. 그는 탈선을 반복하다가 육류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식생활을 택하는 이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리듀스'(reduce·줄이다)와 '베지테리언'(vegetarian·채식주의자)을 합해 '리듀스테리언'(reducetarian)이라는 용어를 만든다.

그는 한 걸음 나아가 리듀스테리언재단이라는 비영리단체까지 설립한다.
신간 '고기는 절반만 먹겠습니다'(애플북스)에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기는 어렵더라도 과도한 육식에서 벗어나고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육류를 택하지 말자는 케이트먼의 제안이 담겨 있다.

책은 인간이 육류에 끌리는 이유를 진화 생물학 등의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설명한다.

육식은 인류의 뇌가 다른 동물보다 커지도록 발달 과정을 촉진했을 가능성이 있다. 매혹적인 감칠맛은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이 음식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인간의 모유에는 감칠맛 화합물의 일종인 글루탐산염이 젖소의 젖에 포함된 것보다 열배나 많이 있다.
축산업이 발달하기 전에 고기는 사냥으로 얻어야 하는 먹거리였지만 육류를 대량 생산하도록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현대인들은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고기에 집착하는 식생활을 유지하게 된다. 여기에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각종 외식산업까지 가세하면서 육류, 지방, 소금, 설탕의 유혹도 이어진다.

책은 공장과 같은 사육 환경이 가축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산업계가 내놓는 그럴듯한 표현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축산업계는 '인도적으로 키운' 고기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이는 미국 농무부가 규정한 것이 아니라서 동물 복지에 관한 어떤 보증도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김광수 옮김. 38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