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처럼 긴박하게 풀어낸 11가지 독약 이야기 [책마을]

한 방울의 살인법

닐 브래드버리 지음
김은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376쪽|1만8500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서른셋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죽음에 관해서는 독살설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독극물을 사용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약은 아주 오래된 살인 수단이다. 독살은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완전 범죄를 노린 살인자에게 특히 인기 있는 방법이었다. 독약은 뚜렷한 외상을 남기지 않고, 고열 구토 호흡곤란 등 독극물 중독이 일으키는 증상은 감염병과 유사해 병사 혹은 자연사로 위장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한 방울의 살인법>은 비소 청산가리 폴로늄 등 대표적인 독약 11가지의 유래와 특징, 화학적 작용을 실제 독살 사건과 함께 설명한다. 생리학·생물 물리학 교수이면서 미스터리 사건에 관심이 많은 저자 닐 브래드버리는 책 제목처럼 단 한 방울 혹은 그보다도 작은 양으로 사람을 죽인 역사 속 사건의 현장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의문의 연쇄 살인부터 2018년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미수까지 저자는 마치 추리소설을 쓰듯이 사건의 전말을 서술하면서 독극물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는다.

1700년대까지만 해도 독살범은 완전 범죄에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피해자의 몸에서 독극물을 검출할 방법이 없어 살인을 입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난 300년간 많은 과학자의 노력 덕분에 이제는 독살범이 법망을 빠져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렇다고 독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죽이는 독약도 그 자체로는 그저 화학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활용하기에 따라선 인간에게 이로울 수 있다. 유익하게만 쓴다면 전혀 해로울 것이 없는 물질을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독약으로 만들 뿐이다.

청산가리는 흔히 먹는 종합 비타민제와 우울증 치료제에도 들어 있다. 아트로핀은 신경 작용을 방해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독극물이지만 수술 환자의 폐에 침이 흘러 들어가 폐렴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데 쓰인다. 독극물의 작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대한 이해 수준도 훨씬 높아졌다.

독극물이 세포와 신경,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화학적·생물학적 설명은 비전문가에겐 어렵게 느껴진다. 시공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독살 사건에 대한 논픽션 스릴러 정도로 생각한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