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누가 가로막고 있나

행정안전부가 어제 금융위원회 등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새마을금고는 다른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예금자별 5000만원 이하 예·적금이 보호된다”며 안심하고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로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예금자보호 한도는 2001년 이후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너무 적은 수준이다. 미국의 한도는 25만달러(약 3억원), 유럽연합(EU)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 일본도 1000만엔(약 9000만원) 정도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계기로 한도 확대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분위기다. 이를 높이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12건이나 계류돼 있다. 야당에서 9건, 여당에서 3건 나왔다. 정작 방향을 잡지 못하는 곳은 ‘신중론’을 견지하는 정부다. 예금보험료 인상으로 금융소비자 부담이 불가피해서다. 예금자보호법상 책정된 예보료율은 예금액 대비 은행 0.08%, 저축은행 0.40%다. 요율이 오르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자가 줄어든다. 금융권별 이해관계도 첨예하다. 한국금융학회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문제도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SG증권발 주가 폭락 등 연이은 금융 사고에 대응하느라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포심리가 일순간 퍼지면 손쓰기 어려운 ‘실시간 뱅크런’ 시대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모바일뱅킹 시스템은 역설적으로 위기 시 ‘광속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후 대응이 거의 불가능한 만큼 예방 체계가 시급해졌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언제까지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따르는 부작용은 금융권별 보험료 조정이나 상품별 한도 세분화 등 운용의 묘를 살려 풀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