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담보대출 '하늘의 별 따기'…지역조합은 자금난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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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주택조합만 117곳금융권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옥죄면서 지역주택조합이 재건축·재개발 및 민간주택 사업장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토지담보대출을 통해 토지 확보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특성상 자금난에 훨씬 더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지 매입 단계부터 걸림돌
수도권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면서 금융회사에서 토지담보대출을 받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말했다.토지주가 사업 주체로 직접 참여하는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원의 돈(계약금)을 모아 토지 계약부터 시작한다. 전체 토지비와 일부 사업비를 충당하는 브리지론 이전에 토지담보대출이란 단계가 더 있는 셈이다. 보통 자금의 40% 정도는 자기(조합원) 돈으로 대고, 나머지 60%는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자기자본비율이 40%에 달해 일반적인 개발사업에 비해 더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담보대출을 주로 해주던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이 최근 들어 대출을 틀어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차단으로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을 날릴 처지에 놓인 조합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어렵게 토지를 확보하더라도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적지 않다. 금융비 부담에 브리지론을 연장하지 못하거나 본 PF로 전환하지 못해 사업이 좌초 위기를 겪는 조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 서울에만 117곳의 지역주택조합이 있다.이들 조합이 공급할 수 있는 주택 규모가 5만 가구에 달한다. 아파트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선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계획 승인을 위한 토지 확보 비율을 현행 95%에서 9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정비사업(80%)에 비해 지역주택조합은 토지 확보 비율이 높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