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대출 자제령'…부동산 PF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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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시행사 줄도산 공포금융당국이 최근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 토지담보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대출 규제로 연내 시행사(개발업체) 10곳 중 8곳이 도산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시장 위축으로 제때 착공하지 못하는 아파트 사업장이 급증해 2~3년 뒤 입주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6일 금융권과 시행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10대 건설사가 올 상반기 신용 보강 등을 통해 참여한 PF 대출 규모는 4조9600억원으로, 1년 전(11조6300억원)보다 57.3% 급감했다. 이 중 3개사는 올해 들어 신규 PF 실적(브리지론 포함)이 ‘제로’였다.금융당국의 ‘부동산 대출 옥죄기’로 PF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 ‘신규 토지담보대출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전달했다. PF 대출과 관련해서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사업성을 평가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앞서 보험사와 여신전문금융사 등에도 토지담보·PF 대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2~3년 후 주택 공급난 우려도
업계에서는 이번 지침으로 시행사에서 토지비와 초기 사업비로 쓰기 위해 조달하는 단기 고금리 상품인 신규 브리지론은 물론 브리지론에서 본 PF 대출로 전환하는 PF 시장 전체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수도권 주택 공급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금리 브리지론 사업장 부실이 가속화해 시행사의 80% 가까이가 부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정부 대책은 PF 사업지 정상화보다 문제 발생 때 정리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담보대출 등으로 진행 가능한 사업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이인혁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