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서부 타격 러 미사일에 최소 6명 사망…민간인 피해 속출(종합)

전쟁 500일 앞두고 르비우에 개전후 최대 규모 공습
젤렌스키 "눈에 띄는 대응 있을 것"…유네스코 "역사적 건물마저 폭격대상" 규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00일째 되는 날을 사흘 앞둔 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후방지역에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밝혔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현재까지 7명을 구조했고 총 14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망자 중 가장 어린 이는 21세이고 최고령은 95세라면서 "이 (95세) 여성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살아남았지만, 불행히도 (러시아의 침공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다"고 말했다. 르비우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460㎞,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에서 동쪽으로 불과 60㎞ 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지난해 개전 이후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비교적 안전한 후방으로 여겨지는 이곳을 거쳐 폴란드 등 인접국으로 향했고 수십만 명은 여전히 이곳에 머물고 있다.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이른바 '대반격 작전'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감행됐다. 르비우와 최전선은 700㎞ 이상 떨어져 있고 키이우 등지보다 비교적 공습 대상이 된 적이 적었기에 이번 공격은 현지 주민들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새라고 AP는 전했다.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은 이번 사건이 개전 이후 르비우의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공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공격으로 아파트 60채와 차량 50대, 사무실과 학교 건물 등이 파손됐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이틀간을 공식 애도기간으로 지정해 희생자들을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붕과 상층부가 파괴된 건물의 모습과 구조 현장을 담은 영상을 텔레그램에 게시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족에게 조의를 전한다"며 "적에게 반드시 대응이 있을 것이다.

눈에 띌 만한 대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악랄한' 공격이 이뤄졌다면서 "민간인을 겨냥한 러시아의 반복적인 공격은 몸서리가 쳐진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199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르비우 구시가지 내 완충지역의 역사적 건물마저 폭격 대상이 됐다면서 러시아군의 공습을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유네스코는 "이 공격은 작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세계유산협약으로 보호되는 구역에서 이뤄진 첫 사례"라면서 "(이번 공습은) 1954년 무력 충돌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헤이크 협약 역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6일 오전 1시께 800㎞ 이상 떨어진 흑해에서 르비우를 향해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10기를 발사했고, 이들 중 7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들은 처음 수도 키이우 근방으로 향하다가 방향을 전환해 르비우를 공격했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은 덧붙였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취약점을 노리기 위해 미사일이나 드론(무인기) 공습 중 경로를 자주 변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공격에 대한 러시아의 즉각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 중 민간 시설 및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의도적 공격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모든 공격은 군사 목표를 대상으로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식당이 러시아 미사일의 공격을 받으면서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1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