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한 옐런 미 재무장관 "방중은 소통의 기회"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다. 그는 류허 전 부총리,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 등과도 회동하면서 양국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옐런 장관은 리 총리를 만나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문제와 환율문제, 최근 '디리스킹'(위험 제거)이라는 새 간판을 내세운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 및 산업 공급망 재편, 중국의 희귀 광물 수출 제한 등 양국 간 경제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부총리, 저우 전 총재는 옐런 장관이 미 중앙은행(Fed) 의장 등을 지낼 때부터 친분을 쌓아 왔다. 류 전 부총리는 현역 시절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렸고, 3월 은퇴 후에도 중국 정부의 경제·금융 내부회의에 참석하며 자문에 응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지난 1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당시 현직에 있던 류 전 부총리와 만나 거시경제·금융 정책 전반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류 전 부총리에 이어 현재 경제와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허리펑 부총리, 류쿤 재정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경제라인 핵심 인사들과 회동하면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등 수출제한 조치가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광범위한 경제 전쟁을 벌이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옐런 장관이 중국을 달래면서 미국의 대중 정책을 방어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대중국 수출 규제와 관세 정책을 사수하면서, 이러한 조치가 중국 경제에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아님을 중국에 납득시켜 양국 간 불신을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주민 전 인민은행 부행장은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옐런 장관의 방중에서 양측의 핵심 쟁점은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철폐, 미국의 중국에 대한 통상법 301조 조사 철회, 중·미 무역협정 1단계에 대한 점검 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이 중·미 경제 관계의 초석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취소는 양측이 논의해야 할 첫 번째 문제"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전날 오후 중국에 도착한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방문은 소통할 기회이자 의사소통 오류 또는 오해를 피할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에 우리 두 국가 사이의 다양한 이슈들에 관한 의사소통을 심화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며 "나는 방문 기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그가 지난 4월 발표한 대중국 경제 정책 기조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필요할 때 우리의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이며 미국 노동자·기업들에 이익이 되는 건강한 경제적 경쟁과 글로벌 도전들에서의 협력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옐런 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을 발표할 때도 이 원칙을 언급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국가 안보'를 거듭 강조했다는 점에서 옐런이 중국에 오더라도 반도체 수출 통제나 대중국 '디리스킹'(위험 제거·회피) 방침을 크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