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기 쓰레기통에 버린 친모…확인 전화에 "친정에 맡겼다"

전수 조사에 압박받아 자수…아이 방치·유기 혐의 인정
"따르릉, 따르릉."
A(30대)씨는 계속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광주 광산구청 공무원이었다.

출산한 이력은 있으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2천236건이 확인돼, 지자체와 경찰이 출생신고 안된 아이들을 찾느라 떠들썩한 시국이었다.

'062'라는 광주 지역 발신 번호가 찍힌 것을 보고 A씨는 자신이 5년여 전 낳은 딸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전화라는 것을 직감한 듯 계속 받지않았다. 어렵게 통화가 이뤄졌고 공무원이 전화한 사정을 조심스럽게 설명한 후 "아이가 어디 있나요?"라고 물었다.

A씨는 "다른 지역에 거주 중인 친정아버지에게 아이를 보냈다"고 말했다.

공무원은 그 말을 확인하기 위해 A씨의 친정아버지에게 연락해 관련 내용을 물었다. 딸의 임신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A씨의 아버지는 공무원에게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다.

담당 공무원은 이 사실을 즉각 구청에 보고했고, 광산구는 A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공무원과의 전화를 끊고 이상함을 느낀 A씨 아버지는 즉각 딸 A씨를 찾아갔다. 먼 길을 찾아온 아버지에게 A씨는 "아이를 낳은 적 없다"고 계속 잡아뗐다.

결국 아버지의 설득에 A씨는 2018년 임신과 출산 사실을 털어놨다.
2018년 4월 당시 20대였던 A씨는 병원에서 딸 아이를 홀로 낳았다.

미혼모인 탓에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했고, 병원에서 퇴원해 혼자 살던 집에서 젖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달래며 아기와 6일간을 꼬박 보냈다.

A씨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그는 당시 특별한 직업도 없어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답답함에 아기를 혼자 놔둔 채 집 밖으로 나왔다가 3시간 만에 귀가했다.

생후 6일 된 아기는 A씨가 돌아왔을 때 겉싸개를 얼굴에 뒤집어쓴 채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렇게 죽은 아기를 A씨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집 주변 쓰레기 수거함에 버렸다.

이후 5년여를 보냈고, 세상 아무도 모르고 잊힐 거 같던 딸의 존재는 이번 전수조사로 드러났다.

아버지의 설득으로 A씨는 지난 6일 광주 광산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했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 말이 사실인지 조사한 뒤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A씨는 자기 혈육을 방치해 죽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기는 5년여가 지난 지금 찾을 방법이 사실상 없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광주에서는 유령 영아 관련 비극이 없길 바랐는데, 전수조사 막바지에 영아 사망 사례가 나오게 됐다"며 "사건 내용을 철저히 수사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