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텅빈 전시장에 탄성이 울렸다…라울 뒤피 '밤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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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밤의 미술관' - 알트원 라울 뒤피 전시"여기 있는 천,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시죠? 알고 보면 굉장히 귀한 겁니다. 이 천을 본 건 여러분들이 처음이거든요. 프랑스 퐁피두센터가 '라울 뒤피 전시'를 위해 세계 최초로 이곳에서 공개한 겁니다."
퐁피두센터가 소장한 '국보급' 작품
정규 운영 끝난 후 딱 30명만 초청
유명 도슨트 해설로 깊이 있게,
자유관람으로 여유롭게 감상
지난 6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더현대 6층 알트원(ALT.1). 전시장은 물론 백화점에서도 모든 방문객들이 빠져나간 이 시각, 김은비 도슨트의 '세계 최초'라는 말에 사람들 사이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전시장에 초청된 사람은 단 30명.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서 준비한 '밤의 미술관'에 당첨된 사람들이다. 밤의 미술관은 정규 운영시간 이후 소수만 초청해서 '프라이빗'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행사다. 아르떼 회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리움미술관, 송은, 아트선재센터에 이어 네 번째 밤의 미술관으로 선정된 알트원의 뒤피 전시는 요즘 '핫한' 전시 중 하나다.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센터가 직접 기획한 데다, 뒤피 특유의 맑은 색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국보급' 작품 130여 점이 총출동해서다. 개막 1개월 반 만에 누적 관람객이 8만 명을 넘어섰다.사람들이 몰리면서 '전기 요정'(1952~1953) 등 대표작 앞은 항상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이날 아르떼 회원들은 일반 관람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전시장에서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했다. 도자기 작품 '거실의 정원'(1927) 앞에서 김 도슨트가 "평소엔 사람들에 치여서 봐야 하는 작품인데, 이렇게 느긋하게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자, 아르떼 회원들은 한 발짝 다가가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혼자 보러 오면 알기 힘든 작품 '뒷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르떼 밤의 미술관 행사의 묘미다. 김 도슨트는 영국의 거부 케슬러 일가의 초상화 '숲 속의 말을 탄 사람들'(1932) 앞에선 의뢰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해서 뒤피가 다시 그렸다는 이야기를, 말년작 앞에선 관절염으로 고생했던 뒤피가 합판을 팔에 대고 그림을 그려나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1시간에 걸친 도슨트가 끝난 후 전시장은 오롯이 '아르떼 회원만의 놀이터'가 됐다. 회원들은 오후 10시까지 1160㎡에 달하는 전시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까 설명을 들었던 작품을 찬찬히 뜯어봤다.
평소 사진을 찍기 힘든 작품 앞에선 친구, 연인, 부모님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이수정 씨는 "뒤피 전시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관람객이 항상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편안하고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제대로 효도했다"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