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빠진 T1, '포비 케어'로 젠지 잡을까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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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6승 고지에 오르며 최상위권 경쟁을 준비하던 T1이 흔들리고 있다. T1은 지난 5일 2023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1라운드 DRX와의 경기에서 예상 밖 패배를 당했다. T1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페이커(이상혁)의 부재가 뼈아팠다. T1은 DRX와의 경기를 앞두고 페이커가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페이커는 재활을 위해 몇 주간 휴식을 취한 후 복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DRX와의 경기에서 ‘페이커의 빈자리’를 여실히 보여준 T1은 세트 스코어 2 대 0으로 완패했다. 2군 미드 라이너인 포비(윤성원)를 긴급 콜업 했으나 합을 맞춘 기간이 짧아서인지 기존 주전 선수들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위기에 빠진 T1이 오늘은 이번 서머 시즌 전승을 기록 중인 젠지 e스포츠와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1라운드 패배 후 복수를 노렸던 T1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를 만나게 됐다.
양 팀은 올해 총 6번의 대결을 펼쳤다. 그중 T1이 2023 LCK 스프링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3라운드 그리고 2023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등에서 4번의 승리를 거둬 상대 전적에선 앞서 있다. 하지만 젠지가 2023 스프링 결승전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승리를 거뒀고 최근 서머 스플릿 1라운드에서 이기는 등 기세 면에서 우세한 상황이다. T1의 주축인 페이커가 빠진 상황도 젠지에게 호재다.두 팀의 대결에서 중요한 라인은 정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커 대신 투입된 T1 포비가 신인인 만큼 베테랑인 젠지 쵸비(정지훈)를 상대하는 데 있어 정글러인 오너(문현준)의 커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T1 케리아(류민석) 역시 지난 5일 DRX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 경기력 개선을 위해선 “포비가 자신 있어 하는 구도나 챔피언을 준 상태에서 조합을 잘 짜야 한다”라며 “포비가 편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오너와 피넛(한왕호)의 지표를 살펴보면 오너는 킬 관여율이 76%로 높은 편이다. 또한 분당 대미지가 331로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특히 캐리형 정글 챔피언인 비에고를 많이 사용해 높은 분당 대미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넛은 상대 정글러와의 15분 골드 격차가 273으로 가장 높다. 첫 번째 킬인 퍼스트블러드 관여율도 52.4%로 최상위권에 속해 있다. 그는 이번 시즌 스마트한 동선으로 상대 정글러를 굶게 만드는 ‘카운터 정글’ 전략을 가장 잘 사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목할 챔피언은 비에고와 아이번이다. 우선 비에고의 경우 T1에서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신인인 포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오너에게 캐리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다. 실제로 오너는 이번 시즌 비에고를 4번 사용해 75%의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아이번은 젠지가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정글링에 기반한 카운터 정글로 오너의 캐리력을 견제하면서도 쵸비와 페이즈(김수환) 등 믿음직한 딜러들의 활약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피넛은 이번 시즌 아이번을 2번 꺼내 모두 승리한 바 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