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정말 편해요" 2030에 입소문…요즘 뜨는 로밍 방법 [긱스]

로밍은 '아재'들만?
MZ세대는 해외 데이터 이렇게 쓴다
해외 여행할 때 휴대폰 데이터를 쓰기 위한 선택지는 뭘까. 먼저 통신사 데이터 로밍이 가능하다. 자신의 한국 번호를 계속 쓸 수 있고 신청 과정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장기 여행객의 경우 통신사 로밍의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선택지로는 포켓 와이파이(와이파이 라우터)가 있다. 휴대용 소형 기기를 대여해 가져가는 방식인데 여러 명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늘 기기를 들고 다녀야 하고, 일행끼리 떨어져 여행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해외 통신사의 유심을 사서 교체해 쓸 수도 있다. 기존 휴대폰에 부착돼있는 한국 유심을 빼고 현지 통신사에서 파는 유심을 휴대폰에 삽입하면 한국 통신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번호가 바뀌는 게 문제다. 한국에서 연락이 올 경우 원래 번호로 받을 수가 없다. 유심 구매 과정도 통신사 로밍보다 복잡하다. 현지에 도착해 해외 통신사 대리점 등에서 사거나 한국의 유심 판매 대행사를 통해 미리 사놔야 한다. 새롭게 관심받고 있는 대체 로밍 방식은 이심(eSIM) 로밍이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에서 이심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면서 여행할 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디지털 심카드인 이심은 물리적 방식의 유심카드가 필요 없다. 큐알코드를 통해 구매와 설치가 가능하다. 한국 번호를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온 전화 연락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통신사 로밍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포켓 와이파이와 유심 교체보다는 덜 번거롭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아이폰의 경우 XS 이상, 갤럭시의 경우 갤럭시Z4 이상 모델만 이심이 지원된다는 점이다. 아이폰XS는 2018년 발매된 모델이라 이용가능한 기기가 많지만 갤럭시Z4는 지난해 나온 모델이다. 적용 가능한 모델이 사실상 갤럭시Z4, 폴드4, S23밖에 없다. 앞으로 지원 가능한 모델이 늘어나야 이심 로밍 시장은 커진다.

1년만에 매출 20배 성장한 이유

3세대 데이터 로밍 서비스인 유심사를 운영하는 가제트코리아의 유상혁 대표는 3년 전부터 이심 로밍 시장이 커질 것을 예상했다고 했다. 2020년 가제트코리아를 창업하고 지난해 1월부터 이심 로밍 베타서비스, 같은 해 6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예전에 어학연수할 때 해외 유심을 사서 교체해서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오는 문자를 못 받았죠. 카드 이용료 2만원을 내야했는데, 통장에서 안 빠져나갔던 것을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생각지도 못하게 카드 연체자가 됐죠." 한국 번호로 온 연락을 받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다고 통신사 로밍을 쓰기엔 가격이 비싼 게 문제였다. 이심 로밍을 알게 되면서 시장이 커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봤다. "한번 써보니 너무 편해서 '이거 말고 다른 걸 왜 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심사 서비스를 구상했다. 해외여행객이 이용할 수 있는 이심 데이터 로밍 상품을 만들어 파는 서비스다. 해외 통신사로부터 데이터를 구매해 소비자가 이용하기 편하게 상품화했다. 각 여행객의 필요에 맞게 원하는대로 구성해 쓸 수 있는 상품이 특징이다. 상품 구성이 제한돼있는 통신사와 달리 필요한 날짜와 용량을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 통신사 로밍과 비교하면 약 70% 수준으로 저렴하다. 200개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주요 사용층은 2030 여행객들이다. 한국에서 온 연락을 놓치기 싫어하는 비즈니스 출장객들도 쓴다. 패키지 여행 상품 특전으로 유심사의 이심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들도 있다.

유심사는 최근 20억원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뮤렉스파트너스가 주도한 가운데 기존 투자사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하이트진로, 홈앤쇼핑,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어썸테크벤처스, 엔젤투자자가 참여했다. 최근 1년 새 빠른 성장세를 기록한 게 인정받았다. 서비스 초기인 작년 7월 한달 매출이 2000만원이었는데 올해 6월 매출은 4억9000만원이다. 작년 총 매출이 6억3000만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매출이 이미 22억원을 넘겼다. 이용자 수도 지난해 7월 1100명에서 올해 6월엔 4만명이 넘었다. 여행 수요 회복과 더해 2030 여행객들 사이에서 이심 로밍이 입소문이 난 영향이다. 경쟁사들도 있지만 24시간 서비스 대응과 맞춤형 상품을 경쟁력으로 삼았다. 데이터를 사와 상품을 구성하고 유통시키면서 마진을 붙이는 게 유심사의 주요 수익원이다. 유 대표는 "해외 데이터 사업자로부터 데이터를 대량으로 사와서 상품으로 만들어 나오는 유통마진이 있고, 또 고객이 5GB를 사서 3GB만 쓴다면 2GB가 남는데 이것도 회사의 이익이 된다"고 했다. 2030 젊은층 상당수는 여행지에서 데이터를 다 못 써서 남기더라도 처음부터 큰 데이터 용량을 원한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다음은 유 대표와의 일문일답.

"해외에서 통신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 다 제공하겠다"

-이심 시장이 얼마나 커질 것이라고 보십니까.
"아이폰은 2018년 모델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거의 이심 이용이 가능합니다. 2030세대의 경우 아이폰 쓰는 비율이 50%가 넘어가서 문제가 없고요. 갤럭시는 작년 모델(갤럭시Z4 이후 모델)부터 이심 지원이 됩니다. 휴대폰 교체 기간이 보통 2년에서 3년이잖아요. 한 번 이 사이클이 돌게 되면 이심 로밍 시장은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아이폰14가 다 이심으로만 출시돼서 이제 유심이 많이 없어졌고요. 2025년엔 한국의 휴대폰 이용자 중 절반이 이심을 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쟁자로서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래서 기술적 허들을 계속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심사가 시장 선두주자로서 고객 데이터를 20만 건 쌓아놨으니까 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요금제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고객이 조금 더 편하게 요금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요. 지금 고객들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는 '내가 한국에서는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썼는데, 여행 갔을 때 데이터를 몇 GB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더라고요. 그래서 고객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서 상품을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바꾸고 있습니다. 만약에 저희 서비스를 이전에 한 번이라도 이용했다면 '이전에 이만큼 데이터를 샀을 때 충분했으니까 이번 여행 때도 이 요금제를 쓰는 게 좋을 거야'라는 식의 자동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려 합니다. 또 대체 로밍 서비스 중에서 유일하게 24시간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유심사의 경쟁력입니다. 해외에서도 언제든 문의할 수 있죠."-총알로컬망이라는 현지 통신사 제휴 서비스도 런칭했는데요.
"저렴하지만 속도가 약간 느릴 수 있는 상품, 또 조금 비싸지만 속도가 매우 빠른 상품을 따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후자가 새롭게 런칭한 총알로컬망 서비스죠. 현재 모든 국가에 다 총알로컬망 서비스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가장 이용자가 많은 일본의 경우 총알로컬망이 현지 통신사와 다이렉트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여행객들도 일본인들과 똑같은 데이터 속도를 누릴 수 있습니다. 태국에서도 테스트했는데 한국 통신사 로밍과 비교했을 때 총알로컬망의 속도가 거의 20배 정도 빠릅니다. 처음엔 속도 부분까지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빠른 데이터 속도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현지 통신사들과 제휴를 맺어 상품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B2B 서비스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3분기 중 B2B 서비스 런칭을 준비 중입니다. 해외 출장 나갈 때 로밍 서비스 이용해서 나가는 비즈니스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죠. 사스(SaaS) 프로그램처럼 저희가 회사에 제공을 하고, 회사는 자율적으로 회선을 발급한 뒤 사용한 만큼만 돈을 지불하는 서비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여러 가지 이점이 있는데 일단 불필요한 리소스가 줄어들어요. 왜냐하면 기존처럼 출장 직원 청구서 받아서 결재 받고 또 현금 지급하고 하는 과정은 번거롭거든요. 저희는 한 달에 한 번만 일괄적으로 청구할 거기 때문에 간편하고요. 또 사용한 만큼만 내기 때문에 예컨대 출장 직원이 3GB만 썼다고 친다면 그만큼의 비용만 내시면 돼요. 출장이 많은 회사들이 필수적으로 가져가야 되는 솔루션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유심사를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까.
"여행이 시작됨과 동시에 끝날 때까지 통신을 쓸 수밖에 없잖아요. 로밍은 여행 내내 함께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게 많아요. 유심사를 완벽하게 여행에 관련된 제품으로 만들려고 계획을 짜고 있어요. 만보기를 통해서 데이터를 추가 지급한다든지 하는 재미있는 부분도 구상 중이고요. 또 여행 가서 현지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한국어로 된 상품 페이지들이 나오고, 별점을 보여주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에요. 해외에서 통신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루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