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벤처투자 2.8조…70% 급감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액이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한 스타트업도 눈에 띄게 줄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에 따른 벤처투자 혹한기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스타트업 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투자 유치액은 2조819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조9994억원)보다 72% 급감했다. 신규 투자 건수도 같은 기간 1177건에서 547건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혹한기 초반인 작년 상반기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은 초기 스타트업은 올 들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반기에 이뤄진 시드(초기)부터 시리즈A 단계 투자는 총 443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2% 줄었다. 건당 투자액 역시 29억3000만원에서 25억2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시리즈B 이후 투자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6% 줄었다.

바이오·e커머스 돈 가뭄…'대어급 스타트업' 실종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규모 투자금을 쓸어 담는 대어급 스타트업들도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100억원 이상의 투자 라운드는 7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235건) 대비 70%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엔 버킷플레이스(2350억원)를 필두로 쏘카(1832억원) 스마트스코어(1800억원)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1746억원) 등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사례가 대거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비욘드뮤직(2000억원)과 컬리(1000억원) 정도가 눈에 띈다.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에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출혈 경쟁에 휘말려 수익성이 떨어지는 플랫폼 업체나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바이오 분야의 투자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액은 2조2179억원이었지만 올해는 4395억원으로 80% 감소했다. e커머스 업종 투자액 역시 70% 가까이 줄었다.반면 제조 기술을 가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와 영화 음악 관련 스타트업 투자는 비교적 견조한 양상이다. 반도체 디자인 플랫폼 회사 세미파이브는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675억원을 유치했고, 웹콘텐츠 회사 플레이리스트는 알토스벤처스 등에서 142억원을 받았다.

VC업계는 올 하반기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월별 신규 투자는 4월 82건, 5월 87건, 6월 105건 등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에바(220억원) 긴트(165억원) 인테이크(80억원) 등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