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홈런 칠끼다!”… 뮤지컬로 보는 부산의 야구 꿈나무

가족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
"정신 똑띠 차리자!" "내 진짜 홈런 칠끼다!"

'야구의 도시'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스포츠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가 최근 부산에서 개막했다. 부산문화회관과 제작사 라이브가 2년 넘게 공동으로 기획해 제작한 창작 뮤지컬이다. 유소년 야구단 '마린스'가 최약체에서 전국 최강팀으로 거듭나는 성장 이야기다. 작품 속 야구단의 '에이스' 이남호·주현우 캐릭터는 각각 야구선수 이대호와 추신수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이대호가 야구를 시작한 계기는 부산 수영초 동창인 추신수가 또래보다 덩치가 한참 큰 이대호를 야구부로 직접 데리고 가면서다. 그밖에 추신수의 외삼촌이 전 프로 야구선수 박정태고, 이대호가 어린 시절 할머니 밑에서 자란 이야기 등이 극중에 녹아 들어 있다. 야구 팬이라면 이 같은 요소를 발견하며 관람하는 재미도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아역배우. 아역배우가 모두 11명 캐스팅됐다. 이남호와 주현우 외에도 개성있는 아역 캐릭터가 많다. 타석에 서면 너무 긴장을 해 공을 치지 못하는 타자 김민수, 육상 선수였지만 혼자 하는 운동보다 여럿이 같이 하는 야구에 재미를 느끼는 차지윤, 축구 골키퍼 출신 유준환 등이다. 아역 배우들의 부산 사투리가 섞인 연기와 성인 배우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맑은 화음 등을 보고 듣다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성인 관객에게도 다가가는 메시지가 있다. 극본을 쓴 김정민 작가는 "야구는 선수들이 공평하게 타석에 서고, 같이 수비하고 머리를 맞대는 등 같이 만들어가는 스포츠란 점에서 인생과 닮았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성장해가는 성인들도 이 작품에서 공감할만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야구 경기를 실감나게 재현하기 위해 애쓴 티가 난다. 무대 바닥을 야구장 그라운드처럼 꾸몄다. 실제 야구 경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긴박하게 연출했고, LED화면을 활용해 공을 던지고 치는 상황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배우들은 본격적인 공연 연습 전 한달 넘게 실제로 야구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2층 객석에서 관람하면 야구장으로 꾸민 무대 전체를 더 잘 관람할 수 있다.
관람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구단의 마스코트 '마린이'에게 응원법을 배우고 관람 중 실제 경기를 보고 응원하는 것처럼 즐길 수 있다. 캐스터 역을 맡은 배우 김은주 등 성인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연기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뮤지컬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작사 측은 이 작품을 들고 야구가 인기 있는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에 진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넘어야할 산이 많다. 부산 사투리의 특징이나 부산 시민들의 야구 사랑 등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아야 공감과 감동을 제대로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공연은 오는 16일까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부산=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