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AI는 인간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오정익 법무법인 원 변호사 '초거대 AI와 법률의 미래' 세미나]

"막대한 개발비용·등 한계… 당분간 보조역할할 듯"
"美서 법률AI개발땐 종속 가능성, 대응책 마련 시급"
지난 7월4일 법무법인 원은 '초거대AI와 법률의 미래'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오정익 변호사는 이날 강연을 통해 "당분간 법률AI는 변호사의 조력자가 되겠지만 법률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원 제공
지난 3월14일 대화형AI '챗GPT'개발사인 미국의 오픈AI는 초거대 AI'GPT-4'가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LSAT) 상위 10%에 들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GPT-3.5 상위 60%에 그친지 4개월만이다. 더욱이 2020년 치러진 미국 생물 올림피아드 준결승 문제를 푼 GPT-4의 점수는 상위 1%에 들 정도였다. 또한 미국 SAT 수학시험에서는 상위 11%에 올랐다.

챗GPT의 놀라운 학습능력에 변호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7월 4일 법무법인 원은 '초거대 AI와 법률의 미래'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초거대AI가 변호사들의 업무를 대신하지 않을까 에 변호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과연 AI가 변호사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에대해 오정익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변호사는 "법률AI가 당분간 변호사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변호사 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원 AI대응팀은 지난해 초 <50문 50답으로 풀어 쓴 궁금한 AI와 법>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생활과 밀접한 관련있는 AI법률문제 50개에 대한 답변이 상세히 소개됐다. 4일 열린 세미나 강연자로 나선 오정익 변호사의 강연 내용을 Q&A로 재구성했다.

▶왜 당장 법률AI가 변호사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는가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개입 없이 일반인이 법률AI를 통한 법률자문, 대리를 유상으로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변호사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상 법률AI는 변호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에서만 가능하다.▶또 다른 한계는 뭔가
의뢰인과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의 한계가 있다. 의뢰인의 심정적, 경제적 공감을 기초로 한 세밀한 차원에서의 문제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여기에 변호사 업무에 최적화된 법률AI 개발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예상된다. 또한 사실관계 확정 등의 문제가 있다.

▶보조자로서 법률AI는 변호사에게 위협이 될 듯 하다.
앞으로 전형적이고 구조화하기 쉬운 업무에 종사하는 변호사는 도태되고 실직될 위험이 있다. 향후에 일반인이 법률AI를 활용하면 변호사 수임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변호사들은 좀 더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법률AI가 더 발전한다면 '일반인의 법률AI의 유상 사용을 허용할 것인가'도 논의될 수 있다.

생성AI 출현으로 국내외에서 'AI프롬프트 엔지니어'를 고액으로 채용하는 공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AI가 더 좋은 답변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목적의 프롬프트(명령어)를 제작하고 테스트한다. AI에 입력하는 질문 수준에 따라 답변 정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미국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 앤스로픽, 영국 대형 로펌 미시콘데레야도 잇따라 3~4억원의 연봉을 내걸고 프롬프트 엔지니어 영입에 나섰다. 한국에서도 AI콘텐츠 생성 플랫폼을 운영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최대 1억원의 연봉을 내걸고 3월중 공개채용을 하기도 했다.
오정익 변호사는 법률AI는 인간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얽힌 복잡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역량은 안된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이 '법률AI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법률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 같은데
초거대 법률AI를 개발 운용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대형로펌이 법률AI를 개발 운용할 수는 있겠지만 지출 대비 효율성이 크지 않을 것 같다. 때문에 법률AI가 적용되어 보다 발전된 기존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더 실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률시장 규모는 약 55조원에 달하지만 우리는 고작 8조원 규모다. 미국의 로펌들이 법률AI를 개발 고도화하여 보급한다면, 국내시장은 종속될 위험이 있다. 정부와 법률단체가 나서서 미리 대응해야 할 것이다.

▶법률에서 사실관계 확정이 중요한데, 이 문제를 AI가 풀수 있는가
법률 분야는 법 논리만 적용되는 분야가 아니다. 사실관계의 확정 등이 필요한데, 사실관계 확정은 단순히 수학적, 논리적으로 결론낼 수 없다. 인간의 수많은 경험을 통한 유추, 귀납 등 종합적 판단이 작용한다. 제출된 문서와 증언 등을 토대로 자료의 신뢰성, 사회적 가치판단, 연관성 등과 함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관적 판단'의 영역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법률AI가 이러한 인간의 복잡한 사회 경제 문화적 변수까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때 비로소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현재 법률AI의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나
상당 수준으로 법률문서를 인식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 법률문서의 인식,요약,정리 능력은 점점 고도화되어 향상되고 있고, 한글(HWP)이나 PDF문서 인식도 가능해지고 있다. 전형적이고 유형화 될 수 있는 계약서 작성 등의 경우는 완결성이 높아 일반 신입 변호사 수준까지 따라잡았다고 보고 있다.▶변호사 업무에서 AI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짧은 시간에 소개 글 작성에 유용하다. AI가 장착된 가상인물이 로펌을 소개할 수도 있다. 챗봇을 통한 의뢰인과 온라인 법률상담, 대화 내용의 요약도 가능할 수 있고, 법률 절차, 요건 등 간단한 법적 문제에 대한 답변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변호사법 위반 등 이슈로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법무법인 원의 인공지능대응팀 간사인 오정익 변호사는 AI 관련 산업을 포함한 4차 산업 제반에 관계된 기업 법률 자문, 관련 정부기관의 법률자문 용역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