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아깝다" 우동도 흔들어 '후루룩'…놀라운 '시성비 시장'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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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넘어 시(時)성비의 시대가 온다(5)'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時)성비가 일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정착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시성비를 가장 따지게 된 분야가 가사다. 가사노동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쓰겠다는 소비자가 늘었다.
"가사노동 시간 줄일 수 있다면 기꺼이 돈 쓰겠다"
흔들어 먹는 우동·구워먹는 우동 조리법도 바뀐다
굽기·조리기 등 9가지 기능 담은 '만능 냄비'도 인기
아마존의 M&A 전략 "가사시간으로부터 해방"
이 때문에 유통업과 외식업이 가장 민감하게 시성비에 반응하고 있다.장 봐서 밥 해서 먹고, 설거지 하는 시간을 줄이려다 보니 우동을 흔들어 먹는 시대도 열렸다.일본의 우동 프랜차이즈 마루가메제면은 지난 5월16일부터 테이크아웃 전용 메뉴인 마루가메쉐이크우동(5종류, 390엔)을 판매한다. 이름 그대로 우동과 국물, 야채가 든 전용 용기를 흔들어서 먹는 우동이다.집에 가서 먹는 테이크아웃이 아니라 사서 바로 먹는 우동이다. 일본은 길에서 걸어가면서 먹는 문화가 없는데 쉐이크우동은 사서 바로 먹는 우동, 걸으면서 먹는 우동, 즉 멀티(다중작업)가 가능한 우동 임을 강조한다.6월말에는 군마현 시부카와시에 드라이브스루 우동 가게를 처음 열었다. 차에 탄 채로 갓 만든 우동을 받아 신호대기 중에 한 젓가락씩 먹는, 즉 운전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우동이다.시성비는 일본인의 주식 카레 조리법도 바꿔놓고 있다. 냄비에 졸이는 전통 조리법 대신 프라이팬에 굽는 제품의 점유율이 10%까지 늘었다. 졸이는 대신 구우면 조리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키코만은 조미료의 계량과 설거지가 필요 없는 초간단 조미료의 비중을 매년 늘리고 있다. 소스가 든 봉지 형태의 용기에 자른 고기를 넣은 뒤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반찬 1개가 완성된다.
가전제품 시장도 시성비가 탁월한 상품이 주도하고 있다. 전자제품 대리점에는 유명 메이커는 물론 신흥기업들이 앞다퉈 자동 조리냄비를 내놓고 있다. 자동 조리냄비의 마케팅 포인트는 시간 단축이다.일본 중소기업 아이넥스의 전기냄비는 '볶기' '조리기' '찌기' 등 냄비 하나로 9가지 조리법이 가능하다. 파스타도 면과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버튼 한 번 누르면 10분 만에 완성이다. 면 따로 소스 따로 만드는 전통 파스타 조리법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설거지 거리도 늘기 때문이다.유통 대기업의 기업 인수·합병(M&A) 전략도 시성비와 가사시간 절약에 맞춰지고 있다. 아마존닷컴이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로봇청소기 룸바의 제조사 마이로봇과 일본 화장품 평판(口コミ) 사이트 '@코스메'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로봇 청소기와 화장품 평판 사이트 인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비자의 생활 시간을 줄여주는 투자다. 아마존은 룸바를 인수하면서 "가사시간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했다. @코스메 같은 평판 사이트 역시 무수한 상품들 사이에서 결정장애에 빠진 소비자들이 선택하느라 고민하는 시간을 아껴준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