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친구와 남편의 불륜도 품다…격동의 러시아 여성을 그린 울리츠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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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소설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C)Yossi Zweeker
올해 탄생 80주년을 맞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1943~)는 새로운 여성상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러시아 현대 문단의 대표 작가다. 그는 20세기 후반 격동의 소련 치하에 살던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울리츠카야는 1943년 우랄산맥 남부 바시키르 자치공화국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가 스탈린 시대 정치 탄압으로 쫓겨나 정착한 곳이다. 2차대전이 끝나며 모스크바로 되돌아와 직장을 구했지만, 지하 출판물을 읽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작가로서 주목받은 건 쉰 살의 나이에 이르러서다. <소네치카>(1992)로 프랑스 메디치상 등을 받으며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2001년 <쿠코츠키의 경우>로 러시아 부커상의 첫 여성 수상자가 됐다. 국내에는 2012년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짜르의 사람들>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소개됐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여성을 둘러싼 가족사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가정불화나 정부의 강제 이주로 흩어져 산다. 이들 가정을 유지하고 지키는 주체는 여성이다. 다사다난했던 저자의 삶 속 마지막 보루가 가족이었기 때문일까. <소네치카>에선 여성 주인공이 딸의 친구와 남편 사이의 불륜까지 포용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