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앤트그룹에 1조원대 벌금…"마윈 '길들이기' 끝났나"

앤트그룹, 벌금 부과 다음날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기업가치 4분의 1 토막 났지만
당국의 마윈 '길들이기' 끝났다는 기대감 ↑
중국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이 1조원대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하게 된 다음날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는 3년 전의 4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의 마윈 '길들이기'가 끝났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앤트그룹은 8일 성명을 내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겠다"며 "매입 주식은 전체의 7.6%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매입 주식은 우수 인재 영업을 지속하고, 주주의 유동성 확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앤트그룹은 이번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 가치를 5671억위안(약 102조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8년 C라운드 자금 조달 당시 평가액인 약 9600억위안보다 40% 줄어든 수준이다. 앤트그룹은 상장 직전인 2020년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3000억달러(약 390조원)를 돌파하기도 했는데 4분의 1으로 토막났다.

앤트그룹은 "현재 중국 내 인터넷 기업의 가치평가가 낮아진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앤트그룹의 대규모 벌금 부과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전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등 금융 당국은 인민은행법, 자금세탁방지법, 은행업감독관리법 등을 적용해 앤트그룹과 산하기업에 벌금 71억2300만 위안(약 1조2800억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이는 미국 상장을 강행한 이후 80억2600만위안의 벌금을 부과받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이어 빅테크 기업으론 두 번째로 크다. 앤트그룹은 즉각 “처벌을 달게 받고, 단호하게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또 당국은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유사 보험 상품인 '샹후바오'(相互寶·가입자들이 서로 의료비가 필요한 사람들 돕는 것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앤트그룹이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게 됐지만 시장에선 이를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20년 10월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한 며칠 후 앤트그룹의 상장계획을 무산시켰고 각종 규제를 꺼내며 빅테크를 압박해왔다. 이번 벌금 부과로 알리바바에 대한 단속이 일단락됐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7일(현지시간) 알리바바 주가는 8% 넘게 뛰었다.자사주 매입 이후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다시 탄력을 받을지 지 주목된다. 마윈은 1년여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올해 3월 귀국했으며 다음 날 알리바바는 회사를 6개 독립 사업 단위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이후 각 사업부는 자체적인 IPO 준비에 돌입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