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시대, 게임 체인저는 기후테크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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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너지정책본부장지난 4월 한·미 정상외교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일정 중에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방문했다. 외국 정상 가운데 유일한 DARPA 방문이어서 화제가 됐다. DARPA는 소련이 1957년 ‘스푸트니크’로 명명한 인공위성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리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최선단’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상황을 반전하려는 목적으로 설립했다. 이후 혁신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해 인터넷, 위치정보시스템(GPS), 음성인식 등 세상을 바꾼 여러 성공 사례를 탄생시켰다. 최선단의 기술을 선점해 시장을 주도하려는 국가 간 기술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주요국의 탄소중립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 확대와 자국 우선주의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산업공정 탈탄소화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국가 간 지켜야 할 약속이고, 나아가 우리 기업과 후손을 위한 미래 투자라면, 탄소중립 준수라는 소극적 대응보다 선제적 투자로 기술을 확보해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상책이다.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정에너지 시장 규모는 2000년 1240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8710억달러로 약 7배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에서는 기후산업을 주도할 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력그리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의 스파크미터와 차세대 소형원자로를 개발하는 테라파워, 이산화탄소를 지중에 저장하는 호주의 로암 등이 대표적이다. 기후벤처에 투자하는 민간금융도 활발한데 대표적으로 미국의 빌 게이츠는 혁신에너지벤처라는 투자재단을 설립해 기후테크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기후테크 산업 육성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의 생존 전략이면서 동시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성장 전략이다. 기후위기와 기술패권 중심의 ‘기정학(技政學)의 시대’에 기후테크 기업과 산업 육성이 미래 세대의 생존과 먹거리를 창출해줄 우리의 최우선 과제임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범부처 정책을 발표해 기후테크 기업의 성장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 이번 정책은 기후테크 R&D부터 사업화, 나아가 산업을 육성하고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 이번 정책을 통해 육성된 다양한 분야의 기후테크 기업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게임 체인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