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UV·전기차로 '中 재탈환'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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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매각으로 효율성 높이고“올해는 중국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세단에 집중됐던 차종 다양화
상반기 SUV 2종 판매 30%↑
고급차·고성능차 라인업 확대
올 30만대 판매 달성 '청신호'
지난해 중국 진출 20년 만에 사실상 최악의 판매 실적을 거둔 현대차가 올초 ‘중국 재탈환’을 선언했을 때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시작된 현대차의 ‘차이나 쇼크’는 6년 넘게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현대차가 부진의 늪에 빠진 동안 중국 토종 브랜드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부활은 더 멀어지는 듯했다. 스즈키 지프 포드 등 수입차 브랜드들의 잇단 중국 철수 소식은 불안감을 더 키웠다.
‘아픈 손가락’ 중국 사업
현대차의 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은 올 들어 희망 섞인 기대로 반전됐다. 베이징현대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12만3259대)이 지난해 동기(10만9100대) 대비 13%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10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일궈내며 올해 ‘30만 대 판매’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현대차는 2002년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사(베이징현대)를 세우면서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현대 속도’라는 말을 낳을 만큼 빠르게 판매량을 늘렸다. 2016년엔 113만 대로 정점을 찍었다. 중국에만 공장 다섯 개를 세워 연간 생산능력을 165만 대까지 늘렸다. 당시 점유율은 7%에 육박했다.현대차가 중국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사드 보복 사태 때부터다. 그해 판매량은 단숨에 28% 급락했다. 이후에도 매년 두 자릿수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25만6400대에 그쳤다. 2016년에 비하면 5분의 1토막 수준이다. 현지에서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붐이 일었지만 현대차는 제때 현지 모델을 내놓지 못하면서 더 코너에 몰렸다. 어정쩡한 가격과 상품성으로 중국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분석이다.
“고급화로 턴어라운드 시동”
현대차는 ‘더 밀리면 끝’이란 위기의식에 따라 2020년 전후로 본격적인 중국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생산설비 효율화가 첫 단추였다.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엔 충칭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는 남은 세 개 공장 중 창저우 공장을 추가로 가동 중단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이 현지 생산 축소 일변도로 갈 때 현대차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며 “코로나19와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되면서 살아난 현지 수요에 현대차는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라인업도 대폭 개편했다. 세단에 집중됐던 차종을 SUV와 고급차 위주로 넓혔다. 그 결과 현지 SUV 모델인 투싼 L과 ix35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9% 늘어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지난달 새로 출시한 중국 전략 SUV ‘무파사’도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호응을 얻고 있다. 올 하반기엔 중국에서 처음으로 고성능 N 라인업인 ‘더 뉴 엘란트라 N’을 출시한다.현재 1개 차종인 전기차 라인업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현지 생산 전기차 모델을 최소 4개 출시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로만 연간 20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다. 기아도 올해 11월께 EV5 출시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6개의 전기차를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브랜드 재구축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