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쿠팡·롯데 "제4 이통사엔 관심 없다"

집중분석 - 주요기업, 통신시장 진입 '난색'

정부 신규사업자 혜택 늘렸지만
경영 간섭 많고 진입 비용 높아
"통신시장 발 담글 이유 없어"

알뜰폰도 도입 12년 넘었지만
대기업 성공사례 없어 시큰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신시장 경쟁 촉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경쟁하는 제4 이동통신사와 통신사에 버금가는 매머드급 알뜰폰 사업자의 등장. 정부가 기대하는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의 결말이다. 자본력 있는 대기업이 자체 유통망과 서비스를 활용해 통신시장에 뛰어들면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 편익도 늘어난다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기업 쪽이다. 정부의 ‘당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곳을 찾기 어렵다. 수시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시장 원리가 통하지 않는 통신시장에 발을 담글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기업들의 이구동성이다.

네이버·현대차에도 통신업 진출 제안

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에 제4 이동통신사 진출을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분기에 제4 이동통신사 신규 사업자 후보를 발굴하고, 연내에 선정 작업까지 끝내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정부가 기업에 초대장을 보내고 있다는 소문은 올해 초부터 무성했다. 두 회사 외에도 카카오, 쿠팡, 롯데, 신세계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기업들은 소문이 돌 때마다 “검토해본 적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정부가 제4 이동통신사 유치에 나선 것은 2010년부터다. 13년간 일곱 차례 시도에도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이번엔 신규 사업자에 혜택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후보 기업을 공략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경쟁 촉진 방안을 통해 통신 3사가 반납한 28기가헤르츠(㎓) 주파수와 다른 주파수를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고, 주파수 할당 대가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통신시장에 ‘메기’ 역할을 할 알뜰폰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자체적으로 시설 투자를 하는 기업에 도매대가 할인 등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성공한 알뜰폰’으로 꼽히는 영국 버진모바일과 같은 사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버진모바일은 메가스토어, 아워프라이스, 베스트바이 등의 계열사와 브랜드 유통망 등을 공유하며 거대 알뜰폰 업체로 성장했다.

“통신업은 불확실성과의 싸움”

정부가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음에도 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들이 통신시장 진출을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통신망 설치 등을 위해 투입해야 할 비용에 비해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다. 제4 이동통신사가 되려면 정부 요건을 갖추는 데만 최소 3000억원 이상이 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통신 3사가 꽉 잡고 있는 과점 체제를 깨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입김이 강한 업종이란 점도 통신업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6일 ‘경쟁 촉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점유율 상한선, 의무 약정 기간 등을 바꾸기로 했다. 다른 업종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경영 개입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신사업을 구상할 때는 이렇게 저렇게 사업을 확장하면 미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통신은 그렇지 않다”며 “이 시장에 진출하는 순간 리스크가 생긴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알뜰폰시장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알뜰폰은 2010년 국내 도입된 뒤 12년이 넘었지만 대기업이 성공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기 힘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와 이마트는 2013년 알뜰폰시장에 진출했다가 각각 4년, 7년 만에 철수했다. 2019년 알뜰폰시장에 진출한 국민은행(리브엠)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리브엠은 출시 3년간 계속 영업손실을 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가입자는 꾸준히 늘었지만 투입한 노력에 비해 이익이 나오지 않아 고민이 많다”며 “정부 눈치가 보이고 통신 3사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반발도 상당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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