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민심 의식?…與, '野 사과' 전제 양평고속道 재추진 거론(종합)

'거짓 특혜의혹 제기' 규정하며 민주당에 '백지화' 책임 돌리고 사과 압박
"추진 재개" 주민 목소리 앞세워 野 압박?…주민 30여명, 민주당사 항의 방문
국민의힘이 정국에 파문을 던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백지화 논란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사과'를 전제로 재추진을 검토할 수 있다며 민주당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에 따른 여진을 최소화하면서, 사업 중단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물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 제기를 한 민주당의 사과가 있다면 얼마든지 사업 재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딴지를 걸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 의혹만 해소된다면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고 이야기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 부인 일가와 관련된 '거짓 특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국책 사업을 밀어붙일 수 없으니, 정치적·정략적 목적으로 거짓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 결자해지해 사태를 해결하라는 주장인 셈이다.

2년 전 민주당에서 주최한 주민간담회에서 '강하IC' 설치 요청이 처음으로 거론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선교 여주·양평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양평군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21년 4월 28일 민주당 여주시양평군 지역위원회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논란이 된 서울-양평선 '강하면 구간IC' 설치 관련 주민 건의가 처음 있었고, 이후 양평군이 관련 추진계획을 민주당에 전달했다"며 "2년 후 갑자기 민주당 입장이 바뀐 것이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원 장관의 '전면 백지화' 발언에 대한 해명도 이어가고 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양평군민들의 편의를 고려한 사업이라는 본래 취지는 묻힌 채, 사업을 본인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버린 민주당에 부득이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따른 불가피한 발언이었다는 주장을 부각한 것인데, 정부·여당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수도권 대형 국책사업을 포기했다는 비판 여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당내에서는 원 장관이 당과 조율하지 않은 채 '백지화' 발언을 하면서 가뜩이나 열세인 수도권 표심을 불필요하게 자극했다는 불만이 감지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원 장관의 발언이 김 여사 특혜 의혹에 집중됐던 관련 여론을 전환했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여사 특혜 의혹은 어차피 넘어야 했던 산인데, 원 장관의 백지화 발언으로 (사업 추진을 원하는) 주민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는 지역 주민 대표 등 30여명과 함께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아 "나들목(IC)이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가로막는 민주당의 모든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한 이러한 지역민들의 비판 여론을 지렛대로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당 대 당' 대결 구도가 연출되면 예의 정치적 정쟁으로 비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대안 노선에 포함된 '강하IC' 설치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앞세워 민주당도 압박하고 사업 재추진 동력도 확보하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원내 한 관계자는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이 민주당 때문에 좌초됐다는 여론이 퍼지면 민주당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지역 민심을 업고 민주당 압박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