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신인' 황유민, 우승 물꼬 텄다… MBN 여자오픈 제패(종합)

연장전에서 신인왕 경쟁자 김민별 제압…방신실은 2타차 4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특급 신인' 황유민(20)이 마침내 우승 물꼬를 텄다. 황유민은 9일 경기도 포천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 브렝땅·에떼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일 연장 승부 끝에 '신인 동기' 김민별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둘은 이날 최종 3라운드에서 똑같이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연장전을 벌였다.

황유민과 김민별은 3라운드 18번 홀(파4)에서 약속이나 한 듯 버디를 잡아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18번 홀(파4)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에서 황유민은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황유민은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가장 유망한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고, 세계랭킹도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작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때 초청 선수로 출전해 KLPGA투어 최강자 박민지와 우승 경쟁을 벌여 준우승을 차지, 일찌감치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키 163㎝에 작은 체격에도 빠르고 과감한 스윙으로 드라이버샷 비거리 3위에 오를 만큼 장타를 날리는 데다 망설임 없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일찌감치 많은 팬을 확보했다.

기대 속에 KLPGA투어 무대에 올라와 불과 15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신고한 황유민은 '특급 신인'이라는 이름값을 해냈다. 우승 상금은 1억8천만원을 받은 황유민은 상금랭킹 14위(2억9천419만원)로 올라섰다.

황유민은 상금랭킹 상승보다 신인왕 레이스에서 김민별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선 게 더 반갑다.

황유민은 이번 시즌 내내 김민별에게 한발 뒤처져 있었지만, 이번 우승으로 신인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시즌 초반에는 티샷 불안으로 고전하면서 김민별에게 밀렸고, 신인 첫 우승을 방신실에게 내줬던 황유민은 "친구들에게 뒤지고 있다는 생각은 최대한 하지 않으며 노력했다"면서 "신인왕을 받으면 좋겠지만 신인왕보다는 더 많은 우승이 탐난다"고 말했다.

"올해 3승이 목표"라는 황유민은 "미국 무대에 진출해 영구 시드를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민별, 김수지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황유민은 애초 오전 9시에 티오프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4시간 30분이나 클럽 하우스에서도 기다리다 경기에 나서야 했다.

4번 홀(파3) 6m 버디로 처음 선두 자리를 꿰찬 황유민은 8번 홀(파3) 14m 장거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9번 홀(파4) 3m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13번 홀까지 침묵하는 사이 치고 나간 한진선에게 선두를 뺏겼다.

14번 홀까지 6타를 줄인 한진선에 2타차까지 뒤졌던 황유민은 14, 15번 홀 연속 버디로 따라잡고 18번 홀(파4) 버디로 1타차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황유민은 14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막판 5개 홀에서 버디 4개를 뽑아낸 김민별의 추격을 완벽하게 따돌리지는 못했다.

김민별은 18번 홀에서 황유민의 버디를 버디로 응수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연장전에서 또 한 번 버디를 때린 황유민의 상승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파퍼트를 앞둔 김민별 앞에서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선 오른팔을 치켜들며 조용하게 우승을 만끽한 황유민은 "친한 (김)민별이한테 이긴 거라 우승 세리머니는 과하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민별은 한국여자오픈에서 이어 두 번째 연장전 패배로 첫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6언더파 66타를 때린 한진선은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3위(12언더파 204타)에 올랐다.

한진선은 14번 홀(파5) 버디로 2타차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18번 홀(파4) 5m 버디 퍼트가 빗나가 아쉬움을 삼켰다.

신인 가운데 맨 먼저 우승했던 '장타소녀' 방신실은 6타를 줄여 4위(11언더파 205타)를 차지해, 최근 2차례 컷 탈락의 부진을 씻어냈다.

챔피언조에서 신인 후배 2명과 경쟁한 김수지는 1타밖에 줄이지 못해 공동 7위(8언더파 208타)에 그쳤다.

작년 우승자 이소영은 5언더파 67타를 때려 공동 22위(5언더파 211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최종 라운드 경기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오전 8시40분께 중단됐다가 무려 4시50분 뒤인 오후 1시 30분에 재개돼 시상식은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오후 7시에야 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