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피의 원조' 20세기 사진 예술의 살아있는 전설, 신디 셔먼

이 아침의 예술가
무제 #96 / Courtesy Akron Art Museum

죽기 전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을 남기고, 대중적 인기와 부까지 얻는 것. 이보다 예술가에게 더 행운인 일이 있을까. 미국 사진작가 신디 셔먼은 바로 그런 행운을 거머쥔 예술가다. 그것도 젊은 나이에.

셔먼은 '셀프 포트레이트(자화상)의 거장'으로 불린다. 1954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분장놀이'를 즐겼다. 1972년 뉴욕 버팔로주립대에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운 뒤에도 스스로를 여배우, 노인, 마네킹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작품을 선보였다.이런 독특한 작품 덕분에 그는 일찍이 미술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작가생활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나갔고, 33살 땐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을 정도다. 그의 첫 연작 '무제 필름 스틸' 중 한 점은 2012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8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신디셔먼이 현대미술사에서 갖는 의미는 크다. 매스미디어 시대로 변하면서 TV, 영화, 광고 등의 대중문화가 범람하고 있는 시기에 이미지는 단순히 의사전달만 하는 게 아니라 '유희의 도구'로서 자리 잡고 있었다. 사진도 그 중 하나였다. '촬영하는 사진'에서 '제작하는 사진'이 된 것. 버스에 탄 사람들이나 영화 속 인물들로 분장해 캐릭터의 특성을 전달하는 사진을 찍었고, 이후 포르노 잡지에 찍힌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배우의 모습이나 할리우드 여배우의 전형적인 이미지도 사진으로 담아냈다. 신디 셔먼은 "작품에서 내가 전달하려는 건 그 내용이지 사진이나 회화라는 장르가 아니다, 그건 그저 방법일 뿐이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들은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재해석하게 했다. 이런 작업들은 1980년 이후 사진을 통해 역사나 예술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역할을 했다. 2011년 5월 뉴욕 경매에서 그의 사진 '무제96(사진)'은 예상액의 두 배를 넘는 약 390만달러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 중 하나로 꼽힌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미술계를 놀라게 한 셔먼의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69세인 셔먼은 지금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변형한 작품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서울 청담동 에스파스 루이비통에서 열리고 있는 '신디 셔먼: 온 스테이지 - 파트 II'는 이런 셔먼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 그의 시기별 대표작 10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17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