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연 日아트페어 '용두사미'...서울·홍콩에 밀렸다

6~8일 요코하마서
국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
큰 기대 모으며 출범했지만
화랑·컬렉터 호응 저조
지난 6~8일 일본 요코하마 퍼시피코 요코하마에서 열린 '도쿄 겐다이' 전경. 연합뉴스
‘용두사미’.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에 대한 국내외 미술시장의 평가는 이 단어로 요약된다. 기대에 비해 작품 판매 성과가 크게 저조했기 때문이다.

아트페어 개최 사실이 발표된 지난해 여름만 해도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당시 미술계에선 ‘일본이 도쿄 겐다이를 계기로 아시아 미술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세계 3위 경제 대국(국내총생산 기준)이 아트페어 출품작에 10%의 세금 혜택까지 줘가며 도쿄 겐다이를 밀어 준다니 그럴만도 했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전까지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등 고가 미술품을 싹쓸이했고, 지금도 세계 미술시장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문화강국이다. 하지만 행사는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은 “첫날 전시장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지만 그게 전부였다”고 했다. 전체 참가 화랑 70여곳 가운데 가고시안과 데이비드즈워너를 비롯한 글로벌 톱 화랑의 이름은 거의 없었다. 홍콩의 펄램갤러리를 비롯해 일부 갤러리는 개막 직전 참가를 취소했다. ‘억대 작품’ 판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는 게 화랑들 얘기다.
전문가들은 흥행 저조 이유로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프리즈 서울(프리즈)’를 꼽는다. 두달 뒤 열리는 더 큰 장터를 앞두고 ‘투자’를 단행하기엔 화랑과 컬렉터 모두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다. 이번 행사에 불참한 해외 유력 화랑의 한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 참가를 준비하느라 도쿄 겐다이에 나갈 여력이 없었다”며 “컬렉터 입장에서도 두달 뒤 열리는 KIAF-프리즈 서울에서 쓸 돈을 아껴두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 현상은 유럽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아트페어 ‘아트바젤 인 바젤 2023’에서 미국인 컬렉터의 방문과 구매가 평년보다 훨씬 저조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미술전문지 아트넷은 “유럽에서 아트페어를 딱 하나만 갈 수 있다면 누구라도 바젤 대신 파리에서 열리는 행사를 택할 것”이라며 “파리의 식당과 교통, 관광지 등 종합적인 도시 인프라는 바젤에 비해 몇 수 위”라고 했다.악명 높은 일본의 7월 무더위 속에서 행사가 열렸다는 점, 행사장이 도쿄와 거리가 있다는 점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화랑 관계자는 “도쿄와 요코하마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과 수원 정도 거리”라며 “내국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국인에게는 충분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프리즈 서울이 날씨가 비교적 선선한 9월 초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한 유력 화랑 대표는 “앞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 도시를 놓고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홍콩과 KIAF-프리즈가 열리는 서울이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홍콩과 서울 중 어디가 우위인지는 올해 KIAF-프리즈 결과로 드러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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