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범죄자' 박원순이 민주열사냐?"…여권 십자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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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열사 묘역 이장된 朴, 9일 3주기 추모제'민주화 열사 성지'로 불리는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추모제가 열리자 여권에서 맹렬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민식 "왜 묘역에 범죄혐의 기재하지 않느냐"
전여옥 "朴이 민주열사? 범죄자 기록 남겨야"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박원순이 민주열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고(故) 백선엽 장군의 안장 기록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가 적혔지만, 박 전 시장의 묘역에는 그의 범죄혐의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 1사단장을 맡아 개전 초기 지연전과 낙동강 방어선의 다부동 전투를 지휘한 인물로, 2020년 100세를 일기로 별세해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백 장군은 일제 강점기 막바지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이력 탓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백 장군은 생전 "중공 팔로군과 싸웠고 독립군은 구경도 못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의원은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 씨는 부인 입장에서 '내 남편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6·25 영웅 백 장군을 현충원에 모시면서 저들은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가당찮은 기록을 남겼다. 그렇다면 박원순에 대해서도 '성추행 범죄자'라고 기록을 남겨야 마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박원순이냐 백선엽이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백 장군과 박 전 시장은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시기가 문재인 정권이어서 그런지 (백 장군의) 영예로운 죽음은 오히려 폄훼되고 (박 전 시장의) 치욕스러운 죽음은 오히려 추모 되는 분위기"라며 "왜 박 전 시장의 묘역에 그의 부끄러운 범죄혐의를 기재하지는 않느냐"고 적었다.박 장관은 최근 야당 단독으로 국회 정무위 소위를 통과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이 처리될 경우 박 전 서울시장이 민주유공자로 부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민주유공자법은 전형적인 특정 진영의 '역사 가로채기' 방식을 보여준다"며 "'공적 과대평가-국가의 힘으로 추모 역사화-보상금 지급-유공자 인정' 과정을 반복해온 결정판인데, 법에 따르면 박 전 시장도 언젠가 민주화에 대한 공만 추켜세워지다 민주화 유공자로 부활할지 모르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에겐 이미 인권위와 법원이 성추행 혐의를 공인한 바 있는데도, 박 전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 장으로 치러지고 이제 민주열사 묘역에 안장 그의 범죄 혐의는 어느덧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다"며 이것을 그냥 방관한다면 지대한 공을 세운 백 장군 같은 진짜 유공자는 좌파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집요하게 짓밟히고 죽이기를 당할 것이고, 가짜 유공자는 무한정 복제돼 득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지난 9일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는 박 전 시장 배우자 강 씨 등 유족, 박 전 시장 지지자 등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 전 시장 3주기 추모제가 진행됐다. 강 씨는 이날 "올봄 시장님을 이곳 민주열사 묘역에 모신 후 3주기를 치르게 돼 조금은 안도가 된다"며 "같이 비 맞으면서 (박 전 시장을) 만나는 시간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모란공원은 우리나라 최초 사설 공동묘지로 민주화·노동 운동가들이 다수 안장돼 있어 '민주화의 성지'라고 불린다.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박종철 열사,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 등의 묘소가 있다. 박 전 시장은 전태일 열사 묘 뒤쪽으로 이장됐다. 당초 이장은 지난 4월 1일 '오후'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박 전 시장 측은 같은 날 새벽 작업을 전격 마무리했다. '여성계 반발을 의식한 기습 이장'이었다는 게 당시 여권의 지적이었다.
앞서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그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같은 해 12월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2021년 1월 직권조사를 벌여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강 씨는 인권위의 결정에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은 지난해 11월 강 씨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 4월 20일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강 씨는 "제 남편은 억울한 피해자"라면서 "진실을 외면하시지 말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