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에 그친 日 간판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 판매·흥행 저조
“첫날 전시장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지만 그게 전부였다.”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이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를 두고 내놓은 촌평이다. ‘용두사미’라는 평가가 나온 것은 기대에 비해 작품 판매 성과가 크게 저조했기 때문이다.아트페어 개최 사실이 발표된 지난해 여름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당시 미술계에선 ‘일본이 도쿄 겐다이를 계기로 아시아 미술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하지만 흥행 성적표는 좋지 못했다. 전체 참가 화랑 70여 곳 가운데 가고시안과 데이비드즈워너를 비롯한 글로벌 톱 화랑의 이름은 거의 없었다. 홍콩의 펄램갤러리를 비롯해 일부 갤러리는 개막 직전 참가를 취소했다. ‘억대 작품’ 판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는 게 화랑들 얘기다.

전문가들은 흥행 저조 이유로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프리즈 서울(프리즈)’을 꼽는다. 도쿄 겐다이에 불참한 해외 유력 화랑의 한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 참가를 준비하느라 도쿄 겐다이에 나갈 여력이 없었다”며 “컬렉터로서도 두 달 뒤 열리는 KIAF-프리즈 서울에서 쓸 돈을 아껴두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 현상은 유럽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아트페어 ‘아트바젤 인 바젤 2023’에서 미국인 컬렉터의 방문과 구매가 평년보다 훨씬 저조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아트넷은 “유럽에서 아트페어를 딱 하나만 갈 수 있다면 누구라도 바젤 대신 파리에서 열리는 행사를 택할 것”이라며 “파리의 식당과 교통, 관광지 등 종합적인 도시 인프라는 바젤에 비해 몇 수 위”라고 했다.악명 높은 일본의 7월 무더위 속에서 행사가 열렸다는 점, 행사장이 도쿄와 거리가 있다는 점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한 유력 화랑 대표는 “앞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 도시를 놓고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홍콩과 KIAF-프리즈가 열리는 서울이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홍콩과 서울 중 어디가 우위인지는 올해 KIAF-프리즈 결과로 드러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