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적 몸에 밴 습관은 늙어서 고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인간의 두뇌는 세 살 이전에 90% 이상 완성된다고 하니 어렸을 때 좋은 습관을 들인다면 평생 큰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학습된 먹는 버릇은 한평생 음식을 고르는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치고 건강을 좌우하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의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1990년부터 전국적으로 매년 10월 둘째 주를 ‘미각주간’으로 정하고 지역 특산물을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재료의 원산지, 생산 방법, 유통 단계 등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 우수성을 교육하면서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맛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평소 인스턴트나 가공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전국 각지의 치즈와 꿀 등을 소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산지와의 교류로 이어진다.일본도 2005년부터 식육(食育)기본법을 제정해 음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 급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교육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급식 메뉴에는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농수산물이 나온다. 아이들은 건강한 제철 음식과 향토 재료를 맛볼 수 있고, 생산 농어민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이룰 수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례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사례를 따라 식습관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 국민의 1인당 수산물 섭취량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수산물은 ‘블루푸드’로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오메가3, 무기질 등 건강에 유익한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맛과 식감도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수산물 소비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에너지 공급량에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8.6%에서 2021년 7.8%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육류는 7.7%에서 8.6%로 증가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프랑스 일본처럼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에게 수산물은 맛있고 좋은 것이란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먹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다양한 우리 수산물을 경험하고, 맛보고, 즐긴다면 80세가 돼서도 그 습관이 유지될 것이다.

최근 일본의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소식에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수산물을 먹이기가 걱정된다고들 한다. 아이들이 경험하고 판단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다. 우리 바다에서 안전하게 관리되고 검증된 수산물 섭취를 통해 우리 수산물에 대한 좋은 습관을 형성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