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눌러도…특목·자사고 학원은 '무풍지대'

벼랑끝에 선 한국 교육 (8) 단속 비웃듯 또다른 광풍

과학고·자사고 등 전형 앞두고
대치 학원가 입학설명회 '북적'
대비반도 개강…월 4회 68만원

중학생 때 이미 고교 교과 선행
대입학원까지 다니며 특별 관리
사진=연합뉴스
지난주 서울 대치동의 한 대형학원에서 열린 자사고, 특목고 입학 설명회. 평일인데도 대형 강의실은 학부모로 가득했다. 문자로 연락을 받은 학부모 중 미리 신청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입시 소장, 원장 등이 연달아 나와 학교별 특징과 합격 전략 등을 설명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설명해주신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 방학 특강을 신청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입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홍역 속에서도 대치동 학원가는 여름 성수기를 맞고 있다. 자사고, 특목고 입시를 앞두고 대치동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의 발길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정부가 대형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강력한 사교육 단속 의지를 보이자 대치동 학원가는 고등학교 입시상담으로 발빠르게 선회하는 모습이다.

특목고 설명회만 주 4~5회

10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주요 학원은 지난달 말부터 자사고, 특목고 관련 입학설명회를 열고 있다. 지난주에만 4~5건의 입시설명회가 열렸다. 기존 수강생, 상담을 받았던 학생 등 알 만한 사람에게만 문자를 보내는 방식이라 실제 열리는 설명회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7월 현재 대치동의 주요 관심사는 전국 단위 선발 자사고와 과학고 입시다. 주요 과학고는 다음달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9~11월에 전형을 치르고 상산고, 하나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는 12월 원서접수 및 전형을 진행한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주요 자사고와 과학고 입시를 앞둔 7월은 대치동의 대표적 성수기”라며 “지난달 말부터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한 학부모들의 눈치전쟁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특목고 입시로 가장 유명한 대치동 P학원은 이번 주말부터 자사고, 특목고 대비반을 본격적으로 개강한다. 입학을 위해선 시험을 봐야 한다. 시험과목은 목표로 하는 학교 종류에 따라 수학, 과학, 국어, 독서인성, 영어인터뷰 등으로 구성된다. 학원에서는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합격 가능성을 진단하고, 합격을 위한 보강 사항을 추천해준다고 설명했다. 한 달 학원비는 주 1회(10시~16시) 기준으로 68만원이다.

초등 때부터 선행학습 횡행

전문가들은 자사고, 특목고가 사교육 연령을 낮추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특목고 대비반을 듣기 위해선 선행학습이 필수코스로 꼽힌다. P학원 과학고반에선 수2, 미적분, 기하, 대수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특목고, 자사고를 지원하기 위해 적어도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전까지 고등학교 교과 선행을 끝내야 한다는 게 학원가의 정설이다.

이에 수학, 과학탐구 등 선행을 위해 대입 학원에 다니는 중학생도 늘고 있다. 소위 ‘부엉이 독서실’로 불리는 대형 입시학원의 자체 독서실은 중학생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학원에서 단과 2과목을 들으면 이용할 수 있고, 4과목을 수강하면 우선 배정된다. 독서실 이용료는 단과 수업료와 별개로 20만~25만원 선이다. 한 중학교 3학년 학부모는 “단순히 혼자 공부하는 게 아니라 출결관리, 과목별 공부 시간표 짜주기, 졸면 깨워주기 등 관리를 해주고, 급식까지 준다”며 “자사고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학생이 꽤 있다”고 전했다.

내신 관리를 위한 사교육 증가도 자사고, 특목고의 폐해로 꼽힌다. 중학교 내신에서 B를 하나라도 받으면 자사고, 특목고 등에 지원조차 할 수 없어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과정을 준비한다. 사교육 연령이 낮아지고 범위도 전 과목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자사고와 특목고 자체가 사교육 유발 요인”이라며 “입시 대비뿐만 아니라 상급학교 진학 후 내신을 위한 사교육이 조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