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케냐·카메룬에 '통일벼' 심는다…"3000만명 먹을 쌀 생산"
입력
수정
지면A8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연간 300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쌀을 생산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한국을 과거 기아에서 벗어나게 한 ‘통일벼’를 아프리카 기후에 맞게 개량해 현지에 보급, 식량 부족 해소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전략의 대표주자가 될 전망이다.
아프리카 8개국 참여
정부 "ODA 사업 대폭 확대"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아프리카 8개국이 참여하는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를 열고 사업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이날 회의엔 사업에 참여하는 가나, 감비아, 기니,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 기니비사우 등 국가의 장관급 대표들이 참석했다.K라이스벨트는 아프리카 국가에 한국의 쌀 재배 경험을 공유하고 벼 품종을 공급하는 ODA 사업이다. 정부는 통일벼와 아프리카 품종을 교잡해 만든 개량 품종 ‘이스리6’ ‘이스리7’ 등 다수확 품종을 현지에서 재배해 종자를 생산한 뒤 현지 농민에게 보급할 방침이다. 이 품종의 ha당 벼 수확량은 5~7t으로 아프리카 벼 품종(1.5t)에 비해 네 배가량 생산성이 높다.
가나 등 8개국은 쌀이 주식이나 생산량이 소비량에 미치지 못해 많은 양을 수입하는 국가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이들 국가에 43만ha의 쌀 생산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성공적으로 생산되면 예상 수확량은 연 200만t에 이른다. 3000만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규모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은 녹색 혁명(식량 증산)과 백색 혁명(하우스농업)을 이뤄내며 극도의 기아 상태에서 벗어난 몇 안 되는 국가”라며 “과거 우리가 겪은 문제를 안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경험과 기술을 공유해 이들의 녹색 혁명을 돕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이 사업이 농기계, 비료 등 농업 연관 산업의 현지 진출뿐만 아니라 원유, 희귀광물 등 원자재 공급망 협력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장관은 “아프리카는 가장 젊은 대륙이자 자원의 보고”라며 “농업 분야를 시작으로 다른 분야로 협력 관계를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