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前 선대위원장 교수 "나도 여학생 손목 잡아…중상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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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이화여대 명예교수 朴 추도사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장 선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수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및 극단적 선택을 두고 "수많은 억측과 비난, 중상모략(中傷謀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상모략은 나쁜 꾀를 써서 상대방을 겨냥해 다치게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억측과 비난, 중상모략 이어져"
극단선택엔 "부끄러워 아닌 당당하고자"
김 명예교수는 지난 9일 박 전 시장의 3주기를 맞아 공개한 추도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너에 대한 이와 같은 비난이 새삼스럽지도 않으며 또 이런 일로 네가 크게 상처받지도 않는다는 것을 난 잘 안다"고 말했다.김 명예교수는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3년 전 네가 내렸던 최후의 결단 역시 오직 너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선택과 결단이었다고 나는 믿는다"며 "결코 부끄러워서가 아닌 스스로에게 당당하기 위해 주저 없이 내린 결단이었다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추상같이 엄격하고 또 당당하려 했던 인간 박원순 평생에 걸친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응축된 결단이었다고 나는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여학교(이화여대) 교수직을 수십 년 해오면서 무수히 많은 여제자들을 가르치고 길러냈는데 나를 스승으로서 존경하고 사랑하고 따랐던 제자들이 당연히 많았다"며 "이들과 손목도 잡고 어깨를 두들기며 격려도 하고 또 국내외에서 학위도 받고 취업도 하게 되면 얼싸안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제 간의 정 나눔이지 여기에 무슨 도덕적 윤리적 일탈이 개입했겠냐"고 반문했다.김 명예교수는 박 전 시장 묘역이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이장된 데 대해선 "나라와 사회와 민중을 위해 고락을 함께했던 많은 선배 동지들 곁에 자리 잡았는데 네 맘에 흡족하고 또 편안하냐"고 했다. 이어 "나는 시정의 못난 자들, 모자란 자들, 사악한 자들이 쏟아내는 비난과 모략과 폄훼를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지난 9일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는 박 전 시장 배우자 강난희 씨 등 유족, 박 전 시장 지지자 등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 전 시장 3주기 추모제가 진행됐다. 강 씨는 이날 "올봄 시장님을 이곳 민주열사 묘역에 모신 후 3주기를 치르게 돼 조금은 안도가 된다"며 "같이 비 맞으면서 (박 전 시장을) 만나는 시간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란공원은 우리나라 최초 사설 공동묘지로 민주화·노동 운동가들이 다수 안장돼 있어 '민주화의 성지'라고 불린다.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박종철 열사,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 등의 묘소가 있다. 박 전 시장은 전태일 열사 묘 뒤쪽으로 이장됐다. 당초 이장은 지난 4월 1일 '오후'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박 전 시장 측은 같은 날 새벽 작업을 전격 마무리했다. '여성계 반발을 의식한 기습 이장'이었다는 게 당시 여권의 지적이었다.박 전 시장의 3주기 추모제를 마친 뒤 여권에서는 박 전 시장이 모란공원에 이장된 데 대한 비판이 나왔다. 특히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고(故) 백선엽 장군의 안장 기록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가 적혔지만, 박 전 시장의 묘역에는 그의 범죄혐의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장관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백 장군과 박 전 시장은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시기가 문재인 정권이어서 그런지 (백 장군의) 영예로운 죽음은 오히려 폄훼되고 (박 전 시장의) 치욕스러운 죽음은 오히려 추모 되는 분위기"라며 "왜 박 전 시장의 묘역에 그의 부끄러운 범죄혐의를 기재하지는 않느냐"고 적었다.앞서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그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같은 해 12월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2021년 1월 직권조사를 벌여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강 씨는 인권위의 결정에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은 지난해 11월 강 씨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 4월 20일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강 씨는 "제 남편은 억울한 피해자"라면서 "진실을 외면하시지 말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김 명예교수는 2018년 박 전 시장의 서울시장 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 명예교수는 박 전 시장과 경기고 동창으로 오랫동안 교류해온 사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박 전 시장의 정책 자문을 지냈다. 그는 이번 추도사와 관련해 "어떤 토론도 사양한다"고 달았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