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피해자 15만명… ‘르완다 내전’ 지옥을 겪은 여성들 [별 볼일 있는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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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피스'(2021)
아란나 브라운 감독·각본
97분. 15세 관람가.

르완다 내전으로 불리는 충격적 사건은 여러 영화에서 등장한다. 돈 치들과 호아킨 피닉스가 출연한 ‘호텔 르완다’(2006)와 라울 펙 감독의 ‘4월의 어느날’(2004)이 대표적이다. 내전을 둘러싼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남성 주인공들이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이야기를 다루는 데 그쳤다. 여성들의 서사가 스크린에 옮겨진 것은 참극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나서였다. 지난 2021년 개봉한 영화 ‘트리 오브 피스’는 난리를 피해 창고에 숨어든 네 명의 여성이 81일간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아란나 브라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르완다 출신 배우 엘리아네 우무하예르 등이 출연했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먹을거리는 없는데 밖을 나갈 수도 없는 상황. 지하 창고를 벗어나면 살육과 강간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극한에 내몰린 여성들은 서로 치고받는다. 상대를 이해하기엔 갈등의 골이 너무 깊었다. 후투족한테 어머니를 잃은 무테시는 아닉 배 속의 아이도 나중에 다른 후투족 남성처럼 자신들을 죽일 것이라 악담을 퍼붓는다. 유엔군이 백인 페이턴만 구조하러 오자 주변에선 그녀를 배신자라고 매도한다. 과연 이들은 화해하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화해다. 영화 제목을 한국어로 옮기면 ‘평화의 나무’다. 유전적으로 키가 큰 투치족을 제거할 때 후투족이 내세운 구호가 “큰 나무를 베어라”였다. 영화는 비극을 상징하는 단어 ‘나무’를 평화의 매개로 재해석했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각자 다른 여성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