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광물 채굴 中 패권 노림수' 앞날은…이달 말 윤곽

24∼28일 자메이카서 국제해저기구 총회
한국 등 이사국, 21일까지 의제 조율
유엔 산하 해양 규제기관인 국제해저기구(ISA) 회원국들이 깊은 바다(심해) 채굴 허가 절차의 일시 중단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10일(현지시간) ISA 홈페이지에 공개된 언론 보도자료와 일정을 보면 이날부터 21일까지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에서 한국을 포함한 ISA 이사 36개국 대표가 참석하는 이사회가 열린다.

ISA 행정을 총괄하는 사무국은 킹스턴에 있다.

ISA 이사회는 오는 24∼28일 회원 168개국(유럽연합)이 모두 참여하는 총회를 앞두고 각종 규칙을 손질하는 한편 주요 논의 사항에 대한 세부 사안을 조율하는 회의에 들어갔다. 국제사회에서 그간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았던 ISA 이사회와 총회가 올해 관심을 끄는 건 국제 해역에서의 상업용 대규모 채굴 허가와 관련한 절차 관련 논의를 주요 의제로 다루기 때문이다.

현재 각 국가 관할권 밖에 있는 국제 심해 해저 지역에서의 상업 채굴은 유엔 협약에 의해 금지돼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구리나, 니켈, 코발트 등 해저에 다량 분포한 금속 수요가 최근 들어 급증하면서 "마구잡이 채굴 대신 엄격한 규제에 따라 개발하자"는 논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ISA 회원국은 지난 수년간 국제 심해 해역에서의 광물 채굴 가능성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간 합의를 하기 어려웠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결국 캐나다 개발 기업과 뜻이 맞은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가 2021년 7월 ISA에 '심해 채굴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했고, 자연스럽게 이른바 '2년 룰'이 발동됐다.

2년 룰은 심해 탐사권을 확보한 ISA 회원국이 채굴 의사를 밝히면 2년 안에 그 검토를 마쳐야 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요청 시한(7월 9일)까지 ISA가 별다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함에 따라 나우루 측은 조만간 심해 채굴 상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해 광물 관련 연구에는 한국 역시 관심을 보인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보도했다.

러시아, 인도, 폴란드, 브라질 등도 관련 연구 계약을 후원한 나라 명단에 들어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중 심해 광물 채굴에 가장 공을 들이는 건 중국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리튬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장악에 사활을 건 중국은 지금까지 허용된 심해 광물 탐사나 연구 후원 등 계약에 제일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앞서 2019년 마이클 로지 ISA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국제 심해 채굴 규칙이 만들어지면 세계 최초로 광물 채굴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가 중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스위스, 뉴질랜드, 칠레,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바누아투 등은 개발론자들의 발 빠른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방 입장에서는 광물 패권을 중국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짙게 깔린 것으로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분석했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ISA 회원국이 아닌 미국 역시 최근 하원 보고서를 통해 중국 측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환경보호 비정부기구(NGO)는 기업들이 법적 공백을 악용하지 않도록 ISA 이사회가 더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FT는 국제해저기구 규정상 법·기술위원회의 추천과 36개 이사국 중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으면 상업적 심해 채굴이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총회에서 상업적 심해 채굴 승인을 저지하려면 전체 회원국 3분의 2의 지지가 필요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