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의 숨은 주역…K2 전차 '두뇌' 만드는 코츠테크놀로지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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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93회
코츠테크놀로지, 첨단 군수 분야서 두각 나타내
"머큐리시스템즈 등 세계적 방산SW 기업과 경쟁"
"K방산 뛰어나지만 SW 분야는 해외 의존도 높아"
"IPO 통해 우수인재 확보, 시설 확충 나설 것"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형 방위산업 기업을 고객사로 둔 국내 중소기업이 있다. 임베디드 솔루션이라는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운 코츠테크놀로지(이하 '코츠')는 전차와 항공기, 무기 등을 제어하는 모듈과 시스템을 개발·생산한다. 방산 대기업들이 하드웨어를 만든다면 코츠는 K방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방산 SW 분야에서 한국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코츠는 순수 한국 기술로 K방산의 독립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극한 상황 견디는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조지원 코츠 대표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2 전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싱글보드컴퓨터(SBC)를 기반으로 각종 유도, 항공, 해양, 지상 무기체계의 솔루션을 제공 중"이라며 "사실상 대한민국의 모든 방산업체들이 고객사"라고 말문을 열었다.코츠는 LIG넥스원 출신인 조 대표가 1999년 5월 설립한 기업이다. 코츠가 내세우는 임베디드 솔루션이란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기계에 전용 SW가 내장된 컴퓨터 시스템을 뜻한다. 일상에서는 세탁기, TV, 밥솥 등 다양한 제품에 이용되고 있으며, 산업용으로는 생산기계, 무기 탑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기계장치에 임베디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방산에서 무기체계의 안전성과 성능을 보장하려면 특수한 임베디드 시스템 설계 능력은 필수다. 코츠는 온도, 습도, 진동, 충격 등 전쟁시 발생할 수 있는 극한 상황에도 견디는 임베디드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코츠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저고도 탐지 레이더 컬러 모니터를 시작으로 영상 표시기, 컴퓨터용 감시기, 탐색기 제어 등 지상, 해상, 항공, 유도무기 사업에 참여하며 외형을 확대했다. K2 전차의 통합형차량제어컴퓨터, 무인기용 표준 SW, 미사일 제어 메인보드 등이 코츠가 공급한 제품이다. 특히 '장보고'와 같은 해군 잠수함에 적용되는 소나체계(수상 및 수중 위협 세력을 탐지·추적·식별하기 위한 체계), 무장통제 체계, 전투기·무인기에 탑재되는 임무컴퓨터, 발사제어 패널 등 첨단 군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조 대표는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었던 건 전체 인력 150여명 가운데 엔지니어 비율이 70%에 이를 정도로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라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코츠아카데미와 스핀온(민간 기술이 군사 부문에 활용되는 것을 뜻함)을 통해 기술력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코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해외에서 비싸게 도입하던 군사용 모듈과 시스템을 국산화해서다. 조 대표는 "SBC의 경우 국내엔 경쟁사가 없고 보잉, 록히드마틴, 레이시온(Raytheon) 등 세계적인 군수업체와 협력하는 머큐리 시스템즈(Mercury Systems), 커티스라이트(Curtiss-Wright), 아바코 시스템즈(Abaco Systems)가 경쟁사"라며 "LIG넥스원과 현대로템, 한화시스템이 비싼 돈을 주고 이들 해외 업체의 모듈을 구매하고 있지만 미래엔 이 수요를 전부 코츠로 끌어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조 대표가 방산 분야 창업에 나선 이유
조 대표는 LIG넥스원 근무 당시 해외 도입 장비의 원활하지 않은 기술 지원과 턱없이 높은 가격 등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방산 SW 분야의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1999년 과감히 창업했지만 방산업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든 건 개발인력 확보와 신뢰성 구축이었다. 조 대표는 "창업 초기 작은 회사라는 이유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며 "기술은 인정받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밤새 몸을 혹사 시켜가며 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뚝심으로 한우물을 파자 국내 방산 대기업들이 코츠를 찾기 시작했고 금세 입소문이 퍼졌다. 진입장벽이 높은 방산업계에서 안착한 것이다.실적도 안정세를 보였다. 연간 250억원 안팎의 매출액과 5~10%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하게 기록하다 지난해에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사상 최대인 매출 418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달성했다. 한국과 폴란드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을 거래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핵심 모듈을 공급하는 코츠의 수주 잔고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조 대표는 "연매출 1조원을 웃도는 머큐리 시스템즈, 커티스라이트와 경쟁해야 하는데 코츠의 자금 운용 사이즈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자본 파워게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코츠는 상장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R&D와 인재 확보, 설비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매출 1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방산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수주 잔고는 쭉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전차를 비롯해 잠수함, 미사일, 항공기 등은 모두 전자기능이 8할을 차지하는 데다 우리 군도 무기의 전자화를 추진 중이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늘 것"이라며 "방산뿐만 아니라 컴퓨터용 서버·무인 전동차·반도체 검사장비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새로운 성과를 만들겠다"고 했다.
끝으로 방산이 자신의 숙명이라고 밝히며 정부와 국민의 관심도 당부했다. 조 대표는 "과거엔 방산이라고 하면 비리의 온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며 "방산에 종사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