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가족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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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여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 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운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 때문에 속이 썩기도 하고, 배우자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부부 상담도 받아보지만 결국 이혼을 한다.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7월 21일까지
얼핏 보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부부의 이야기 같다. 하지만 하나 다른 게 있다. 그게 결정적이다. 부부가 모두 여자란 점, 아이의 엄마만 두 명이란 점이다.국립정동극장 2023 시즌 '창작ing' 사업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개막한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는 어느 레즈비언 부부의 일대기다.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과정 공유 선정작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동아연극상 작품상 및 연출상을 받은 연출가 이래은과 작가 도은 등이 참여했다.
2000년에 태어난 주인공 재은(배우 김효진 분)과 윤경(김시영 분)이 단짝 친구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성소수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소수자성'에만 몰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을 특별한 시선으로 조명하는 대신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유쾌하다. 성소수자 부부로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을 심각하지 않게 풀어낸다.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러 갔다가 반려 사유가 적힌 서류를 기념으로 현관에 붙여놓는다. 자녀를 입양하기 전 고민하는 과정도 여느 이성애자 부부가 자녀를 갖기 전 고민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게 묘사한다. 작가 도은은 작품 설명에서 "익숙한 일상의 감각을 공유하면서도 당연하게 여겼던 순간들의 특별함을 찾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 연극의 또 다른 주인공은 부부가 입양한 딸 재윤(정다함 분)이다. 사춘기를 겪는 재윤이 '엄마들'과 갈등을 겪는 이유에 성소수자 가정이란 배경이 끼어들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가정의 모습이다.
대중가요가 작품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것도 신선하다.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 엄정화의 '엔딩 크레딧' 등 당시 유행했던 음악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적 배경을 재치있게 표현한다. 소재의 파격 때문일까, 실제 공연장의 객석은 대부분 젊은 관객들로 차 있었다. 하지만 부부생활도 할만큼 해보고 아이도 키워본 중년 이상이 보면, 이 연극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오는 21일까지 서울 정동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