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 막는 '재즈 처방전'…“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arte] 키위꾸르의 LP & Jazz Life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일명 '결혼 적령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자주 듣는 질문이자, 내겐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즉흥적으로 답변했다가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난 아직까지 어떤 유형의 사람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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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은 내가 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사람의 외형적 모습과 성격을 나타내는 여러 단어를 제시하며 동의하는지 스무고개 게임으로 확인한다. 제시한 몇 가지 '대분류'에 내가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수줍게 끄덕이면, 그 범위를 조금씩 더 좁혀나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몇 번 도움을 받고 나면, 이후 비슷한 질문을 다시 받았을 때 대충 얼마나 어벙하게 답변해야 최대한 많은 풀(?)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실패한 자만추 인간에게, 좋은 사람 소개해 주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으니 그저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난 내가 어떠한 이성을 좋아하는지, 호불호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한다.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안된 조카는 수시로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한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생기면 울 만큼 감정선이 투명하고 무엇을 원하는지가 명확하다. 하지만 나 같은 사회인들은 좋아도 좋은 만큼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슬픈 영화를 보며 오열하는 관객이 되고 싶어도 이제는 눈물을 참는 것이 더 익숙하다. 어른이 되기 위한 행동이, 자칫 나를 그저 물같은 아무개로 희석시켜버리는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감정을 충분히 표출하지 않고 억누르는 게 더 편리(?)하고 익숙해져 버렸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감정을 표현할 여유가 없는 것도 있지만, 쓰린 감정이 바쁜 나의 하루를 잠식하도록 놔둘 수도 없는 것이다. 요즘 들어 느껴지는 이 감정 하나하나를 수시로 곱씹으며 나 자신을 알아가는 습관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래서 무엇을 좋아하는데?”

우리 모두 시간 축에 따라 루틴을 갖고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정하고, 그 시간에 따라 어떤 일을 할지 계획을 한다. 이러한 루틴은 우리에 일종의 안정감을 제공하는 만큼, 이 루틴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일요일 저녁은 방황의 시간이다. 뭔가 바쁘게 지낸 것 같은 주말을 ‘순삭’했는데, 지금 왠지 모를 이 초조함에 지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려우면 미루거나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몰려오기 마련. 하지만 이런 마음을 몰려오는 잠으로 눌러버리면 꿈자리까지 사나워지기 십상이다.만약 일요일 저녁이 초조하다면, 속는 셈 치고 취침 전 재즈 음악과 함께 딱 10분간 명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쉽게 말해 나의 감정을 나타내는 곡을 하나씩 찾아가는 일종의 게임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우선, 무더운 여름철이라도 자기 전 밤에 창문을 활짝 열어 잠시 환기를 시켜보자. 자정 넘어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싶더라도, 괜히 꿈에서 외계인이 나오는 부스럼을 오늘만큼은 자제하자. 다음으로, 언젠가 생일이나 집들이로 선물은 받았으나 아직 포장조차 뜯지 않은 캔들이 집 구석에 숨어있다면 꺼내보길 바란다. 밝은 거실 형광등은 잠시 꺼두고, 조도를 낮춘 뒤 촛불을 켜보자. 이후 선곡의 시간을 가져보자.
인간의 일반적인 심박수는 60에서 100사이라고 하니, 심박수와 비슷한 ‘부드러운 재즈(smooth jazz)’, 혹은 ‘로파이 재즈(LoFi jazz)’ 장르도 어울린다. 사람의 목소리가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면 ‘쳇 베이커(Chet Baker)의 I Fall in Love Too Easily를, 악기의 선율에서 심적 안정감을 찾는다면 김오키(Kim Oki)의 더송이즈유(The Song is You)를 추천한다. 스스로 마음에 드는 곡을 골랐다면 그 곡이 끝날 때까지 차분히 앉아 감상을 해보자. 이러한 방법으로 잠시나마 초조한 마음을 내려놓고, 이후에 다시 초조해지면 같은 곡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스스로 학습해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눈을 감고 ‘송인섭 트리오'의 Just to Say를 들으면서 마음의 평온을 되찾곤 한다.



수요일 저녁. 직장인에게 수요일은 주말로 돌아서는 길모퉁이 같은 희망의 빛 한줄기이다. 그래서인가... 유독 수요일 퇴근길에는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퇴근길 도심 체증 속 버스 안에 갇혀있거나, 한강을 지나는 철교 안에서 멍 때리는 그런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을 다시 꺼낼 수 있도록 시각화해보는 습관을 키워보자. 그 순간 이어폰을 꼽고 순간 감정과 가장 어울리는 곡을 찾아 듣는다면 더욱 쉬워질 것이다. 분주히 움직이는 퇴근길 행렬을 멍하니 쳐다보며 혹시나 약간의 공허함과 고독함이 느껴진다면 2000년대 일본 힙합 재즈를 대표했던 Nujabes의 Aruarian Dance를, 중요한 보고를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길에 나섰다면 Blue Mitchell의 Asso-Kam을 들으며 감정을 마음껏 표출해 보자.



금요일 오후, 어쩌다 다시 주말을 맞이한다. 지난 일주일을 단편 영화로 만든다면, 엔딩 크레디트는 금요일 퇴근에 올라가야 결말이 행복할 것이다. 이 장면에 어울리는 당신의 곡은 무엇인가? 고단한 한 주를 끝으로 차분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Bob James의 Feel Like Making Love, 미궁 속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일과 연애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 위로가 필요하다면 Ben Webster, Oscar Peterson의 In the Wee Small Hours of the Morning을 추천한다. 나의 감정이 확실하지 않을 땐 이렇게 곡 하나씩을 대입시켜 각색해 보는 것이다. 이 곡들은 우리 각자의 일주일을 잘 마무리하고 다음 주를 시작하는 데에 힘과 위로를 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취향은?”

빙빙 돌아 주말 약속에서 이상형 질문을 다시 받는다. 여전히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이 세상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고, 저마다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단 한 명을 고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은 정말 다양하고, 각각의 음악마다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일상 속 소소한 장면 하나하나를 더욱 소중하게 기억하고 담아보자. 그리고 장면 하나하나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자. 지금 내 옆에 있거나, 머지않은 미래 나타날 소중한 그 사람을 위해, 오늘부터 <나의 일상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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