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1만1천540원·경영계 9천720원…최저임금 기싸움 치열(종합)

노사 격차 '최초' 2천590원에서 1천820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큰 차이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 vs "중소기업·소상공인 암담"
노동계와 경영계가 11일 내년 최저임금 수정 요구안으로 각각 1만1천540원, 9천72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제3차 수정안을 냈다.

노사는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했다.

격차는 최초 요구안 2천590원(1만2천210원-9천620원)에서 1차 수정안 2천480원(1만2천130원-9천650원), 2차 수정안 2천300원(1만2천원-9천700원), 3차 수정안 1천820원(1만1천540원-9천720원)으로 좁혀졌다. 다만, 합의에 이르기에는 여전히 차이가 현격하다.

최저임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법정 심의 기한은 지난달 29일이었지만,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치열한 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은 격차를 더 좁히기 위해서라면 노사로부터 4, 5차 수정안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논의가 막바지에 치달으면서 노사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빈곤을 예방하고 노동의 질과 양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제도"라며 "최우선 목적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고 밝혔다. 류 사무총장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계산 방식으로 결정된 점을 언급하며 "그런 경제학 논리에 의해 결정된 최저임금은 물가 폭등 상황이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 보장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국제 권고와도 엇박자"라고 지적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어려운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것으로, 우리 사회 가장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공익위원들이 2년간 동일하게 사용한 산식을 올해 또다시 적용한다면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고정화된다"며 "공익위원의 역할을 넘어 최저임금위원회를 편향적, 일방적, 독단적으로 운영하며 사용자와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위는 거듭된 회의에도 논의에 진전이 없자 공익위원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빼서 나온 수치를 최저임금 인상률로 확정했다.

올해도 같은 산식을 적용할 경우 최신 데이터를 활용하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에 조금 못 미치게 된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23.5%로 매우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최저임금을 복싱 체급에 비유하면서 "과거 밴텀급의 펀치 수준이던 우리 최저임금으로 인한 충격이 현재는 헤비급 수준이 돼버린 상황"이라며 "잽만 맞더라도 소상공인이나 영세·중소기업 그리고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경쟁국 대비 높은 최저임금 수준은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막게 된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처한 암담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