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현상금 내건 민주활동가 가족 연행해 조사"

英 망명 네이선 로 가족에 재정지원 여부 물어…조사 후 귀가 허용
홍콩 경찰이 11일 현상금을 내건 민주 활동가의 가족을 연행했다고 명보와 더스탠더드가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홍콩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 소속 경찰들이 이날 오전 네이선 로의 부모와 형을 자택에서 연행해 조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어 경찰은 이들에게 로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했는지 등을 물었으며, 조사 이후 이들은 귀가가 허용됐다고 덧붙였다.

로는 현재 수감 중인 민주활동가 조슈아 웡과 함께 2016년 데모시스토(香港衆志) 당을 창당하고 같은 해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연소로 당선됐다. 그러나 이듬해 의원 충성선서 파행 논란에 휩싸이며 의원직을 잃었고, 2020년 6월 30일 국가보안법 시행 직전 영국으로 떠났다.

영국 정부는 2021년 그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고, 로는 유럽을 중심으로 홍콩 민주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 3일 로를 비롯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8명의 해외 체류 민주 진영 인사에 대해 1인당 100만홍콩달러(약 1억7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로가 분열 선동, 전복 선동, 외세와 결탁 등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앞서 로는 2020년 영국으로 떠난 뒤 자신에게 수배령이 내려진 이후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성명에서 "홍콩을 떠난 이후 가족과 연락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써 나는 가족과의 관계와 향후 접촉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결국 그 답은 '내가 홍콩을 너무 사랑했다'는 것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과 관련해 현상금을 내건 것은 처음이다.

홍콩 경찰은 지난 5일에는 현상금이 걸린 민주 활동가들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데모시스토당 전 당원 5명을 체포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현상금이 걸린 이들에 대해 "평생 쫓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그들을 길거리의 쥐처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리 장관은 또 이날은 "현상금을 내건 후 벌써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3년간 260명이 체포됐고, 161명이 기소됐으며 7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가보안법 시행 후 민주 진영이 사실상 궤멸했음에도 홍콩 당국은 '약한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