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인근 농산물로만 빚으라니…

산으로 가는 규제개혁 (3)
수도권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A대표는 평소 탁주와 증류주를 빚을 때 쌀과 감자, 고구마 등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독창적인 맛을 내고 싶었던 그는 유자, 한라봉을 활용한 전통주를 빚고자 규정을 살펴보다 좌절했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려면 제조장 소재지나 인근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써야만 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전통주산업법과 주세법 등이 신제품 개발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주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했을 뿐 아니라 제조시설까지 원료 산지와 인접한 곳에 둬야 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현행 법규에 따르면 유자는 전남 고흥 주변과 경남 거제 인근 양조장에서만 전통주에 활용할 수 있다. 한라봉을 넣은 전통주는 제주 기반 양조장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A대표는 “지역 특산물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되레 지역 특산물이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막는다”고 아쉬워했다.

전통주는 법률상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나뉜다. 민속주는 무형문화재 또는 식품명인이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이다. 지역특산주는 농어업 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제조장 소재지 등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술이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주세를 50% 감면받고, 온라인 판매도 가능하다. 청소년 음주 등 오남용 우려 때문에 전통주 인정 기준을 까다롭게 했다지만 유럽과 일본처럼 다양한 주류를 개발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