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싸요"…887㎖ 스벅·8배 컵라면 '대용량'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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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빅사이즈' 속속 출시식품업계에서 대용량 제품이 뜨고 있다. 물가 급등으로 소용량 제품보다 단위당 가격이 싼 대용량 제품에 손을 내미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불황형 소비’가 유통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란 평가다.
용량 늘리고 이름도 빅·더블·롱
GS25, 8.5배 대형 컵라면 '품귀'
기존 크기 4배 초대형 야쿠르트 '불티'
12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국내 처음이자 아시아 국가 최초로 887㎖ 초대용량 사이즈 음료를 오는 20일부터 9월30일까지 기간 한정으로 출시한다. 트렌타는 이탈리아어로 숫자 ‘30′을 뜻하며 이름처럼 30온스(887㎖) 용량을 제공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한정 기간 판매 이후 고객 반응에 따라 트렌타 사이즈 확대 판매를 검토할 방침이다.현재 한국 스타벅스에선 아이스 음료 기준으로 톨(12oz·355㎖), 그란데(16oz·473㎖), 벤티(24oz·591㎖) 사이즈만 제공된다. 콜드브루와 아이스 자몽 허니 블랙티, 딸기 아사이 레모네이드 리프레셔 등 3종 주문 시에만 선택할 수 있다.
대용량 상품의 대표주자는 국내 편의점 업체 GS25에서 내놓은 ‘점보 도시락’이 있다. 점보 도시락은 기존에 판매되던 ‘팔도 도시락’ 사이즈를 키워 출시한 초대형 컵라면이다. 중량이 729g으로 본래 팔도 도시락의 중량인 86g에 비해 9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컵라면은 출시 직후 2~3일 만에 5만 개 물량이 동났다.
이후 소비자들의 판매 요구가 이어져 지난달 16일부터 점보 도시락 컵라면을 추가 공급하고 있는데도 계속 완판될 정도로 인기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는 정가(8500원)보다 최소 2배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hy(옛 한국야쿠르트)의 대용량 발효유 브랜드 ‘야쿠르트 그랜드’도 누적 판매량(지난달 말 기준)이 1억 병을 돌파했다. 야쿠르트 그랜드는 2015년 야쿠르트를 대용량으로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출시했다. 용량은 280㎖로, 기존 제품의 4배 이상이다.
특히 편의점들은 그간 작은 상품들을 위주로 판매해 왔는데 최근 대용량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GS25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함께 내놓은 ‘넷플릭스점보팝콘’도 ‘핫’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일반 팝콘 상품과 비교해 6배나 더 많은 팝콘이 든 ‘특대형’으로, 두둑한 양에 비해 저렴한 가격 덕분에 불티나게 팔리는 분위기다. GS25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처음 출시된 후 ‘새우깡’, ‘포카칩’ 등 400여 종의 유명 과자 상품들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랐을 정도다.이마트24는 일반 삼각김밥보다 중량을 약 50% 늘린 ‘더빅·더블삼각김밥’ 등을 내놨으며 CU는 ‘대용량 벤티 컵 얼음’을 판매하고 있다. 이 얼음컵의 용량은 일반 얼음컵(180g)의 2배가 넘는 400g인데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후 2000만개 넘게 팔려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뛰면서 기존 상품 대비 용량이 많은 실속 있는 제품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SNS ‘인증’ 문화 등 색다른 재미까지 찾는 움직임이 생겨나면서 기존 제품보다 큰 사이즈 상품이 계속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