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동결로 한미 금리차 2%p 눈앞…자금유출·환율상승 압력↑

전문가들 "현 경제상황서 급격한 환율급등·자금이탈 가능성 작아"
1.75%p 격차에도 5개월째 외국인자금 순유입…유입 규모는 6월 급감
미국 7·9월 연속 인상하면 역전폭 2.25%p까지…한은 고민 깊어질 듯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동결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이달 말께 2.00%포인트(p)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사상 유례없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거세진다는 뜻이지만, 일단 한은과 전문가들은 급격한 외국인 투자 이탈이나 원화 약세(가치 하락)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이 이달뿐 아니라 9월에도 연속 인상에 나서면, 한은과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더 이상 격차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 "26일 연준 0.25%p 인상 확률 90% 이상"…2%p 역전 확실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4연속 동결 결정으로 한국(3.50%)과 미국(5.00∼5.25%)의 금리차는 1.75%p로 유지됐다. 이미 역대 최대 격차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베이비스텝(0.25%p 인상)을 밟으면 금리차는 2.00%p(한국 3.50%·미국 5.25∼5.50%)로 벌어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목표(2%) 수준까지 다시 낮추려면 갈 길이 멀다.

FOMC 위원 대다수는 연말까지 금리를 두 번이나 그 이상 올리는 게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고,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의 이달 0.25%p 인상 확률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은은 사실상 이날 동결로 2.00%p 수준의 내외 금리차를 미리 용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 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 격차가 환율 결정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금리차가 1.75%p까지 벌어진 이후에도 외국인 채권 자금은 계속 유입되고 환율도 상대적으로 안정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에는 "금리 격차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달라"며 언론에 간곡히 당부하기도 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현재 상황에서 금리차가 2.00%p에 이르러도, 외국인 자금이나 환율 흐름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한 번 더 금리를 올려 금리차가 2.00%p로 더 벌어져도, 급격한 자본 유출 등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으면 환율이 갑자기 뛰겠지만,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안정된 시기에 적정 환율이 1,200원에서 1,250원 정도, 경제 상황이 좋으면 1,150원 정도였다"며 "지금 1,300원대가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고, 정부나 한은이 예의주시하고 거시경제를 관리하는 만큼 금리차가 2.00%p로 커져도 큰 타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과거 외환위기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던 시기가 세 차례 정도 있었는데, 당시 원/달러 환율이 다 1,300원을 밑돌았다"며 "원/달러 환율에 금리 차이로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 과거 세 차례 금리 역전기, 외국인 자금 채권 중심 순유입
실제로 과거 세 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 시기에도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가기보다 채권 투자를 중심으로 오히려 들어왔다.

미국 금리 인상기를 ▲ 1기 1996년 6월∼2000년 5월(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 2기 2004년 6월∼2006년 6월(2005년 8월∼2007년 9월) ▲ 3기 2015년 12월∼2018년 12월(2018년 3월∼2020년 2월)로 나눠보면,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모두 순유입(1기 107억9천만달러·2기 246억8천만달러·3기 311억5천만달러)을 기록했다.

금리 역전 시기에도 예외 없이 자금은 순유입(1기 168억7천만달러·2기 304억5천만달러·3기 403억4천만달러)됐다.

다만 주식의 경우 1기 역전기에는 209억3천만달러가 들어왔지만, 2기와 3기 역전기에는 263억4천만달러, 83억6천만달러씩 빠져나갔다.
◇ 5개월 연속 자금 순유입이지만…6월 규모 급감하고 주식은 순유출 전환
최근 자금 흐름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외국인 증권(채권+주식)투자 자금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5월 초 이후로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75%p에 이르렀지만, 5월(114억3천만달러)과 6월(29억2천만달러) 모두 자금 유입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달 순유입 규모가 5월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데다, 주식만 따로 보면 자금이 3월(-17억3천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순유출(-3억1천만달러)로 돌아섰다.

한은 관계자는 "이차전지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도세가 이어져 (외국인 주식 자금이) 순유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금 유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만약 연준이 7월에 이어 9월에도 연속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은 역시 추가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실장은 "미국이 9월에도 금리를 올리면, 한은도 인상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환율 때문은 아니더라도 금융시장이 2.25%p의 격차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