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약정금 소송, 선 前 회장 최종 승소…대법 "공제액만 다시 계산"

유진그룹 상대 약정금 지급 소송
1심 '약정 무효'→원심 원고 일부 승소
대법 "부당이득은 공제서 제외해야"
사진=연합뉴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사진)이 과거 하이마트 매각과 관련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벌인 460억원 규모 소송에서 유 회장 측이 선 전 회장에게 203억원을 반환하라고 판단한 원심을 대법원이 일부 파기했다. 대법원은 해당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면서도 선 전 회장이 취한 부당이득만큼은 약정금에 대한 공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봤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선 전 회장이 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재판부는 "약정금 400억원에서 공제될 급여 증액분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지급된 금액에 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약정금에서 공제할 급여의 적정성이나 귀속에 대한 다툼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부담할 약정금 지급범위가 달라질 수 없다"고 본 일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선 전 회장은 2007년 하이마트를 유진그룹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증자에 참여하고 하이마트 경영을 맡는 등의 조건으로 유 회장으로부터 400억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했다. 유진하이마트홀딩스는 하이마트와 합병 후 2011년 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2011년 10월경 하이마트 경영권 갈등이 불거졌다. 유진그룹은 유 회장을 하이마트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선 전 회장에게 동의를 구했는데, 선 전 회장이 이를 반대했다. 급기야 유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반대한 하이마트 전 임직원이 업무에서 이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양측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2012년 7월 롯데에 하이마트를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선 전 회장은 유 회장을 상대로 약정금 및 증여세 460억원을 돌려달라며 2017년 12월 소송을 냈다.1심은 약정이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미 주식 매매계약이 맺어진 이후 인수합병(M&A) 과정의 편의 제공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맺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원고와 피고가 당사자로 분명히 기재돼있고 서명과 간인까지 돼 있다"며 약정의 효력을 인정했다. 다만 계약서 작성 당시 선 전 회장의 급여가 인상돼 유 회장 측이 부담해야 하는 약정금 채무액 등을 확정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약정금을 203억원으로 책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는 약정금 400억원과 대가관계에 있는 의무를 모두 이행했고, 이 사건 계약서는 '하이마트가 원고에게 인상된 급여의 증액분을 지급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400억원에서 인상된 급여의 증액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한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다만 "원심의 공제 범위는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지급된 급여가 아니라면 원고는 이를 하이마트에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므로 그만큼은 원고에게 종국적으로 귀속된 것이 아니고, 그 부분은 원고가 약정금으로 지급받도록 하는 것이 원고와 피고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선 전 회장을 상대로 "대표이사 급여 증액이 이사회 결의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며 2008년 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증액된 급여 18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반환 또는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원심은 하이마트가 원고에게 급여 증액분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지급한 것인지 등을 심리해 원고에게 종국적으로 귀속된 급여 증액분만을 약정금 400억원에서 공제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