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 기후변화? 주먹구구식 '바이드노믹스'에 "경제학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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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에 1280조원, 대규모 자금 퍼붓는 바이든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 정책에 더 엄밀한 경제학적인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등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도 정치적 요구에 따라 목표가 시시각각 변하면 효과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어디에 얼마 투자할지는 몰라…여러 목표 혼재하기도
WSJ "일관된 경제 프레임워크 없으면 실패한다" 진단
'산업 정책은 경제학과 안 맞아' 학자들 기피 현상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바이드노믹스의 이 부분에는 경제학이 더 필요하다'는 기사를 통해 "일관된 경제 프레임워크가 없으면 산업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전체 개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막대한 자금을 산업 정책에 쏟아붓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의 규모는 총 530억달러(약 67조원)에 달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신재생에너지에 1조달러(약 1280조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또 미국 에너지부는 4000억달러의 대출 권한을 갖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보급 프로그램에 쓴 180억달러와 비교해 차원이 다른 규모라는 평가다.
이 막대한 자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게 WSJ의 문제의식이다. 캘리포니아 17선거구 하원의원인 로 칸나는 지난 4월 "알루미늄, 철강, 제지, 마이크로전자, 첨단 자동차 부품, 기후 기술을 위한 반도체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지원금 지원 기준'에 대한 질문에 수혜 분야를 언급할 뿐 어떤 산업에 얼마나 지원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처럼 산업 정책 지원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은 산업 정책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진단했다. 로버트 엣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바이든 정부를 포함한 산업 정책이 "지역 개발, 보육, 기후 변화와 같은 목표가 너무 자주 뒤섞여 미국 산업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게 만들겠다는 주요 목표를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업 정책에 대한 경제학 연구가 부족한 점도 그 이유로 꼽힌다. 학술 경제학계의 최고 기관으로 꼽히는 전미경제연구소에서 올해 내놓은 642개의 논문 중 산업조직 관련 논문은 52편(8%)이었다. 이 중 다수는 해외 사례를 다루고 있다,
고든 핸슨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산업정책을 기피하는 것은 편견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산업 정책은 주로 특수한 이해관계에 따라 복지를 감소시키는 왜곡을 초래한다는 시각이 있다"라며 "복지 비용이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는 전제하에서 산업 정책이 가격 결정을 왜곡한다고 말한다면 경제학자들은 도망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정책이 거시경제·재정 등 다른 분야에 비해 경제의 기본 전제와 안 맞는다는 편견이 있다는 얘기다. 핸슨 교수는 "경제학자들은 건강·교육·환경 분야에는 사람들을 더 잘 살게 만드는 정책이 있다고 믿지만, 산업 정책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편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