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재 '美대사관' 증축에 주민들 반발…"수교부터 하라"

"백악관 부지보다 넓은 공간이 왜 필요?"…전문가들 반응은 엇갈려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타이베이 청사 증축을 놓고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IT 타이베이 판사처(사무소) 건물이 있는 네이후 구 진후 지역 주민들은 전날 대만 외교부가 개최한 도시계획 변경안 공개 공청회·세미나에서 인근 중학교 부지인 공터를 AIT에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과 대만의 외교 관계 수립이 우선"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지역 주민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무료로 해당 용지의 사용 허가를 외국인에게 내줄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선례로 인해 다른 우방국이 비슷한 요구를 할 경우 대책은 있는지 따져 물었다.

이 부지에 당초 공공주택 등을 지으려던 계획은 사라지고 소수인 AIT 직원을 위한 레저시설·창고·주차장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은 다수인 현지 주민의 권익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민들은 성토했다. 현지 이장은 "AIT가 2019년 5월 현 장소로 이전한 후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같은 점포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조용했던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면서 해당 부지에 직원 숙소를 지을 예정이라는 소식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지역 시의원들은 현재 AIT 타이베이 판사처의 부지 넓이가 약 6만5천㎡로 주베이징 미국대사관(약 4만㎡)보다 넓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부지가 약 9만㎡로 미국 백악관 부지(약 7만3천㎡)보다 더 넓어진다"며 이런 광활한 공간이 왜 필요하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AIT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아 주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중국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전쟁 발발 시 미군의 지원을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도 함께 나왔다. 옌전성(嚴震生) 정치대 국제관계센터 연구원은 AIT 증축으로 중국이 '미국의 대만 내정 간섭이 더욱 심해졌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옌 연구원은 이번 증축이 양안(중국과 대만) 간 전쟁 발발 시 미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헬기로 미국이 교민을 신속히 철수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천이판(陳奕帆) 단장대 외교국제관계학과 조교수는 "AIT가 증축된다면 대만해협 전쟁 발발 시 미 해병대의 방어와 철수 작전 측면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AIT에 근무하는 직원 600명 가운데 미국에서 파견된 인원은 200명으로 미 해병대 대원도 포함돼 있다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앞서 AIT는 2019년 AIT 신청사의 네이후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2005년부터 미국이 해병대 등 현역군인을 AIT에 파견해왔다고 처음으로 시인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