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한미 금리차 불안…이창용 "한차례 인상 가능성 열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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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4연속 금리동결 年3.5%
금리인하 언급 금통위원은 없어
새마을금고 사태 관리 가능
구조개혁 늦어져 경쟁력 약화

○금통위원 전원 “연 3.75% 가능성”
금통위원 전원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에 대해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함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도, 여전히 높은 근원물가 수준을 꼽았다.이 총재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로 낮아졌지만 기저효과에 따라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점을 감안해 Fed가 금리를 몇 번 더 올릴지 오는 9월까지 지켜보고, 한국 외환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00~5.25%다. 상단을 기준으로 한국 기준금리보다 1.75%포인트 높다. Fed가 오는 25~26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 금리차는 사상 처음으로 2%포인트로 벌어진다. 시장에선 Fed가 이달 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하지만 이 총재는 “(외국자본은) 한·미 금리차에 단순히 반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리차를 비롯해 다양한 요인이 “종합적으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볼 것”이라고 했다.
근원물가에 대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과 양호한 서비스 수요 때문에 근원물가가 목표 수준보다 상당히 높다”며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한 3.3%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시장 이상징후 없다”
이 총재는 새마을금고 사태 등과 관련, ‘부동산 레버리지로 인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부동산 레버리지가 컸으니 조정 과정에서 사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업권 전체가 위기에 몰리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저축은행 사태, 카드 사태 등과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파악된다. 이 총재는 “새마을금고 중에서도 건전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나뉘어 있고,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도 모든 증권사가 문제 될 것 같았지만 몇몇 증권사의 문제였다”며 “연착륙 과정에서 대처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금시장 상황에 대해서도 “이상징후가 없다”고 했다.구조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지난해 13위로 하락한 것에 대해 “환율 하락에 따른 단기적인 변동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운을 뗀 후 “걱정스러운 것은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개혁을 미룬 영향으로 기업 경쟁력이 많이 둔화했다”며 “이로 인해 성장률이 낮아지면 경제 규모 순위도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트렌드는 ‘정해진 미래’가 아니라 구조개혁을 통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