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 산책] 정부 시장 개입, 항상 좋은 결과 보장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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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2
(55) 정부실패정부는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된 시장 실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한다. 정부는 수많은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최적의 정책을 수립한다지만, 시장 개입의 결과가 항상 의도한 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원배분을 더 비효율적으로 만들어놓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정부실패’라고 한다. 이번 주에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실패가 발생하는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불완전한 정보의 한계
발생한 문제와 관련한 정보를 완벽하게 갖고 있다면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 정부는 기업이나 소비자보다 많은 정보를 보유할 수 있지만, 시장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가 부족하다면 해결책 또한 완전할 수 없고,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정보가 더 추가된다 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보가 불완전한 상황이라면 정부개입이 정부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히 개입해야 한다.정치적 의사결정의 폐해
정보가 완전한 상황에서도 시장실패의 해결을 위한 최적의 정책이 수립되지 않을 수 있다. 정치는 국민을 더 잘 살게 하기 위해 최적의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의 의견 대립 속에서 수립된 정책이 최적이 아닌 방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환경보호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경제발전을 주장하는 측의 의견을 과도하게 고려하면 환경보호 정책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으로 변질되는 정부실패가 나타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관련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것이 환경 보호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관료체제 비효율도 문제
완전한 정보에 이해관계 대립이 없어 시장실패 해결을 위한 최적의 정책이 수립돼도 관료조직의 문제로 정부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관료들에게는 국가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의무가 부여돼 있지만, 관료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임기가 보장되는 관료조직의 문제로 인해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 수립된다고 해도 기대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정부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예측 불가능한 민간의 반응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아도 정부실패는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시장에 대한 정보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향후 나타날 민간 행동패턴의 변화까지 모두 내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특정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하지만, 정책 집행 과정에서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보이는 반응은 예상과 많이 다르게 나타나 정부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정부실패의 해결방안
정부실패를 줄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회와 정부의 개혁을 통해 일부 가능하다. 국회와 정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개혁과 인센티브, 경쟁의 도입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관료조직의 비대화와 같은 제도상 결함이 정부실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와 관련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인과 관료들에 의해 정부실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명백한 기준을 마련하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회와 정부의 업무 영역은 독점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치인과 관료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 부처나 민간 부문과의 경쟁체제를 도입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정부실패가 일어날 가능성은 시장실패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 정부실패로 나타나는 문제점도 시장실패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명백한 시장실패가 일어나고 있는 경우에도 정부개입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나온다. 따라서 정부는 정부실패가 발생하는 원인을 잘 분석해 정부실패 없이 시장실패만 해결하는 정부개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